“카이사르는 왜 암살당했는가” 부산시립극단, 무대에 올린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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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율리우스 카이사르’ 리허설에서 카이사르의 심복이 1인 지배 체제를 반대하는 원로회의 의원들을 겁박하는 장면. 부산문화회관 제공 연극 ‘율리우스 카이사르’ 리허설에서 카이사르의 심복이 1인 지배 체제를 반대하는 원로회의 의원들을 겁박하는 장면. 부산문화회관 제공

고대 로마 제국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BC 100~BC 44). 그는 영토를 유럽까지 확장하고, 사회·정치 체제를 다듬어 로마를 초석에 올린 인물이다. 하지만 너무나 뛰어난 재능은 자신의 생명을 단축하는 법. 이처럼 영광과 비극을 한 몸을 지녔던 카이사르가 연극으로 우리 곁을 찾는다.

연극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부산문화회관(부산 남구 대연동) 중극장 무대에 오른다. 부산문화회관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이번 공연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에 김지용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재구성·연출했다. 고대 로마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나는 권력과 명예욕, 음모와 배신의 전형을 다루고 있다.

김지용 예술감독 재구성·연출

연극 ‘율리우스 카이사르’

19~22일 문화회관 기획공연

영웅 둘러싼 음모·배신·권력욕

브루투스의 고뇌 세밀히 묘사

특히 제정(帝政)과 공화정의 갈등이 기원전(BC) 고대 로마 때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건국 초기를 제외하곤 로마는 카이사르 등장 이전까지 공화정을 철저하게 유지했다. 한 인물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걸 막으려는 국가 구성원들의 노력이 그만큼 치열했던 것이다. 인류 최초의 민주정을 이뤘던 이웃 나라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카이사르라는 걸출한 영웅의 탄생은 로마의 영광인 동시에 공화정의 위협이라는 양면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갈리아를 평정한 후 정적 폼페이우스를 제거하고, 클레오파트라는 세기적 미인을 얻은 카이사르는 마침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을 한 손에 쥐게 된다. 이러한 힘의 집중은 그를 황제로 옹립하려는 무리를 생겨나게 한다.

연극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여기서 출발한다. 루페르칼리아 축제에서 열린 무술 경연 우승자가 ‘카이사르를 황제로 옹립하자’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권력 분산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당시 로마에서는 금기를 깨는 발언이었다. 당연히 원로회의와 공화정 유지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카이사르는 자신을 황제로 자신을 옹립하려는 부하를 벌하면서 공화정 수호 의지를 천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는 카이사르가 양아들 브루투스에게 암살되는 원인이 되고 만다. 그의 황제 등극에 대한 욕망을 의심한 브루투스는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수양 아버지 가슴에 칼을 밀어 넣는다. 이 과정에서 브루투스가 겪는 고뇌와 갈등, 절규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해도 무방하다.

공연은 고대 로마의 권력 투쟁과 결투, 전투 신이 많아 박진감을 더한다. 장군 역을 맡은 덩치 큰 배우들의 몸 전체에서 울려 나오는 우렁찬 대사가 관객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다. 주인공 카이사르 역을 맡은 중견 배우 유상흘의 이지적인 목소리도 연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김지용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현실 인식과 극 중 흐름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라며 “망설이면서도 감행하고, 자위(自慰)하면서도 절망하는 브루투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율리우스 카이사르=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관람료 2만~3만 원. 051-607-6000.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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