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이젠 '홍등'을 끄자] 1. 여전히 불 밝힌 완월동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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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앞 지나는 차량 보닛 잡으며 “삼촌 ~” 호객 행위 그대로

국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인 부산 서구 완월동은 아직도 성업 중이다. 완월동에서 영업중인 업소들이 불을 밝힌 채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국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인 부산 서구 완월동은 아직도 성업 중이다. 완월동에서 영업중인 업소들이 불을 밝힌 채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04년 9월 23일 성 매수자와 성매매 여성뿐 아니라 업주 등도 처벌받을 수 있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다. 이후 성매매 업소와 여성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가 도심 속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집결지인 완월동에 대해 일반인들은 “아직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여전히 이곳의 붉은 등은 일 년 내내 꺼지지 않는다. 올 들어 완월동 재정비 사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방향을 놓고 지역사회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해답을 찾기 위해 본보는 완월동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첫 회에서 (사)여성인권단체 살림(이하 살림)이 탈 성매매를 위해 월 1회 현장을 방문하는 ‘아웃리치’ 활동에 동행해 현장부터 살펴봤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업소·여성 줄어도 성매매 여전

인권단체와 현장 동행 르포

20여 개 업소 호객 행위 등 성업

20대 남성부터 외국인 선원까지

최근 서구청 등 재정비사업 추진

올바른 방향 지역사회 고민 필요

“201호로 가세요.”

지난달 20일 저녁 10시 30분께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일대. 큰 업소가 모여 있는 천마로 일대는 성 구매 업소를 선택하기 위해 배회하는 남성들과 이들을 붙잡으려는 알선자(일명 나까이)들로 ‘북적북적’했다. 자동차로 업소 여성들을 살펴보는 일명 ‘사파리’를 돈 후 여러 명의 남성이 우르르 업소에 들어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불법 성매매 현장이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일대는 불을 환히 켜고 여전히 성황리에 ‘영업 중’이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날은 약 20곳의 업소가 문을 열었다. 소방당국과 서구청이 파악 중인 성매매 업소는 약 37곳이다. 이들 업소는 3개 거리에 분포되어 있고, 거리마다 50m가량에 업소가 마주보며 10개씩 자리잡고 있다. 살림 관계자는 “최근 단속을 여러 번 당한 거리의 업소들이 문을 많이 닫았는데도 평소보다 성매수자들이 3배 정도는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붉은 불을 켠 업소 내 유리방에는 여성들이 앉을 수 있는 높은 의자가 평균 5개 정도 놓여 있었다. 한 업소는 불이 켜져 있었으나 여성들이 모두 방에 들어가 의자 5개가 텅텅 비어 있기도 했다. 한 업소 나까이는 “추석이 다가와서 그런지 손님이 많다”며 “그래도 예전만은 못하다”고 말했다.

유리방이 있는 업소 한쪽에는 방 번호와 손님 입방 여부를 표시한 칠판이 걸려 있기도 했다. 시간대별 가격을 표시한 가격표도 붙어 있었다.

천마로 일대에 있는 주거지 주차장 20면은 업소를 찾은 성 구매자들의 차들로 ‘만차’였다. 곳곳에 외국인도 보였다. 한 나까이는 “주로 감천항 등에 배를 수리하러 온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일부 업소에는 외국인 출입을 금하는 ‘No foreigner’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기도 했다. 한 업주는 “말이 통하지 않고 본국의 정서와 맞지 않아 성매매 여성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호객꾼들의 호객 행위도 치열했다. 차량이 업소 앞을 지나가자 호객꾼이 차량 앞을 몸으로 막고 차량 보닛을 잡으며 “삼촌”이라고 소리치며 호객 행위를 했다. 일부 여성도 유리방을 나와 지나가는 남성들을 보며 손짓을 했다. 업소 앞을 서성거리던 한 남성은 취재진이 지나가자 손을 잡아끄는 호객꾼의 손을 뿌리치며 업소를 떠났지만, 취재진이 멀어지자 업소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구매자 A(24) 씨는 “완월동이 유명해 호기심에 와 봤다”고 말하며 황급하게 사라졌다. 이날 완월동 손님을 태운 택시기사 강 모(55) 씨는 “호객꾼들이 자기네 업소에 손님을 데리고 오면 수고비 명목으로 얼마를 주겠다는 제안도 자주 한다”며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에는 완월동에서 나오는 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완월동 영업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했다. 충무동에 20년째 거주 중인 한 주민은 “밤에 베란다 바깥을 내려다보면 완월동 일대만 빨간 불빛으로 인해 섬처럼 보인다”며 “성 구매자들이 오가는 모습과 거기서 일하는 여성들이 훤히 보인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혹여나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다. 완월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청소년통제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지만 바로 옆길에는 유치원이 있기도 하다.

완월동에서 도보로 10분가량 떨어진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주민 조 모(34) 씨는 “아이들이 저곳이 뭐하는 곳인지 물을 때마다 난감하다”며 “몇 년째 살고 있어 그러려니 하면서도 버스가 다니는 큰길 바로 위에 있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취한 채 업소를 돌아다니는 성 구매자들에 대한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주로 소음 등으로 완월동 일대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완월동 일대에서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출산·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구청 가족센터가 공사 중이고, 바로 아래로는 충무동 새벽시장, 서구청이 자리잡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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