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다뉴브강 트라우마 잊게 한 ‘브런즈윅의 기적’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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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왼쪽)에 고립됐던 한국인 선원들의 구조 작업을 준비하는 미 해안경비대(왼쪽에서 두 번째).오른쪽은 40여 시간 만에 구조되는 한국인 선원들. 미해안경비대 트위터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왼쪽)에 고립됐던 한국인 선원들의 구조 작업을 준비하는 미 해안경비대(왼쪽에서 두 번째).오른쪽은 40여 시간 만에 구조되는 한국인 선원들. 미해안경비대 트위터

한국민에게 해상 사고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자 일종의 트라우마와 같다. 2014년 세월호에 이어 올해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까지….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가 미국 동부 해상서 전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또다른 해상 참사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놀라움이 일어났다.

고립 한국인 선원 4명 전원 구조

생존 신호 들은 미 해안경비대

선체에 구멍 뚫은 뒤 음식 공급

사고 40여 시간 만에 구조 완료

골든레이호 전도 원인 조사 착수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9일(현지 시간) 미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 안에 고립됐던 한국인 선원 4명 전원을 구조했다. 전원 구조는 전날 오전 1시 40분께 선체가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41시간여만이다.

선체가 침몰하지는 않았지만, 사고 당시 선내 화재가 발생한 탓에 연기와 불길로 구조작업이 일시 지연되고 선원 4명의 생환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렸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기적적인 낭보인 셈이다.

사고부터 구조까지 41시간을 복기하면 이렇다.

골든레이호가 전도된 것은 휴일인 지난 8일 오전 1시 40분께.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현지 도선사에 의해 운항하던 중 선체가 좌현으로 90도가량 크게 기울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오전 2시께, 해안경비대의 찰스턴 선박감시대원은 글린카운티 911 파견 대원으로부터 골든레이호가 전복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안경비대는 곧바로 구조인력을 배치했다. 선박에 승선한 24명 가운데 20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됐다. 구조된 인원은 한국민 6명,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 등이다. 다만 선내 깊숙이 있었던 4명의 선원이 구조되지 못했다.

이들이 모두 한국민으로 확인되면서 우리 당국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교부는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의 담당 영사를 사고 현장에 급파했고, 8명 규모의 신속대응팀을 파견했다.

사고 발생 후 12시간. 기술적인 이유로 구조작업이 일시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저녁 무렵, 선원들의 생존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구조 활동에 다시 활력이 붙었다. 오후 6시 13분께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확인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해안경비대 존 리드 대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체 내부로부터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선원들이 생존해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동력을 얻은 구조작업은 날이 밝는 대로 곧바로 재개됐다.

9일 오전 7시부터 헬리콥터 등 구조인력을 차례로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경비대는 9일 오전 10시 54분께 트윗 계정을 통해 선원들의 생존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한국시간으로는 자정을 넘기려는 시점이었다.

이어 낮 12시 46분(한국시간 10일 오전 1시 46분)에는 추가 트윗을 통해 “골든레이호의 모든 승무원 4명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시각부터 따지면 35시간을 넘긴 시점이었다. 구조작업 과정에서도 20~30분 간격으로 ‘생존 신호’가 오갔다. 해안경비대는 해당 선체에 구멍을 뚫은 뒤 빵과 물 등 음식을 공수하며 생존자들이 허기를 채우면서 탈진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오후 3시를 조금 넘기자, 외신에서 4명 중 3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명의 선원은 모두 같은 장소에 머물고 있었다.

엔지니어링 칸의 강화유리 뒤편에 갇혀있는 나머지 1명의 선원이 구조됐다는 낭보가 전해진 것은 오후 6시(한국시간 10일 오전 7시). 사고가 발생한 지 만 이틀(48시간)을 불과 7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골든레이호 전도 사고’는 ‘전원 무사 생환’으로 마무리됐다.

골든레이호 선원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미국 해안경비대의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9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배가 전도된 이유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과 관련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일부연합뉴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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