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논란 수직정원 ‘작가와 협의 없이’ 식물 추가 식재 확정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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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지난해 4월 설치한 부산현대미술관 외벽 수직정원의 모습. 부산일보DB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지난해 4월 설치한 부산현대미술관 외벽 수직정원의 모습. 부산일보DB

속보=국내 최대의 벽면녹화 사례로 꼽히는 부산현대미술관 '수직정원'의 흉물 논란(본보 지난 4월 9일 자 11면 등 보도)에 미술관 측이 작품 관리를 위한 보식(식물 추가 식재) 작업을 확정했다. 작품 작가와의 협의나 의견 교환 없는 보식 계획에 작품성 훼손 지적이 일기도 했으나, 미술관 측은 '작가가 이의를 제기할 문제가 아니다'며 보식 작업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미술관 측 “동의 필요 없고 관리 필수”

고사 식물 제거 보식 위한 용역 실시

“식물 자연스레 병드는 것도 예술”

예술계 “작품성 훼손 분명” 반발

부산현대미술관은 "국내 벽면녹화 작품 대부분은 과도기 상태라 관리와 부분 보식이 필수적이다. 이번 보식 작업에 수직정원의 작가 패트릭 블랑 측의 확인이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직정원은 지난해 4월 벽면녹화의 세계적 거장인 프랑스 작가 패트릭 블랑이 부산현대미술관 외벽 1300㎡ 면적에 175종의 식물을 심어 조성됐다. 이 작품에만 9억 4000만 원이 투입됐다. 수직정원은 국내 최대 벽면녹화 사례이자, 부산현대미술관 건물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수직정원 조성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식물이 고사해 썩거나 변색되는 문제로 '흉물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술관 측은 수차례 보식 계획을 밝혔으나, 패트릭 블랑 측의 동의 없는 작품 예술성 훼손이라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미술관은 지난 7월 지속하는 흉물화 논란과 식물 고사에 보식이 시급하다고 판단, 고사 식물을 제거하고 부분 보식 작업을 위한 실시 설계 용역을 실시했다. 현재 미술관은 시 예산 7500만 원을 투입해 자생식물 25종 5000본을 수직정원에 보식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착공만 앞둔 상태다. 미술관은 입찰을 통해 전문 조경업체가 선정되는 대로 보식 작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직정원 보식 작업이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수직정원 조성 시 패트릭 블랑과 미술관 측이 맺은 계약서에 '작품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때는 작가와 협의한다'는 내용이 수록돼있어 예술계 반발은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작가에게 어떠한 의견 전달과 논의 없이 해당 작품에 손을 댄다는 것은 분명한 '작품성 훼손'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패트릭 블랑은 세계적인 벽면녹화 작가로, 그는 "식물이 자연스레 병드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다"고 밝힌 바 있다"며 "작가와의 어떠한 협의 없이 예술 작품에 손을 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수직정원은 단순히 예술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식물의 생육환경을 벽에 옮겨 두고 관리 없이 뒷짐 지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인 데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부분 보식은 필연적이다"고 반박했다.

미술관 측은 작가와 보식에 대해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업에 대해 패트릭 블랑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산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수직정원의 보식은 작품에 손을 댄다는 의미보다는 '일상적 관리'에 가깝다"며 "작품의 외형을 변형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작품성 훼손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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