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닥터탐정’ 봉태규 “우리는 모두 노동자 현장에 관심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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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노동자예요. 하지만 일하다 다치고 죽는 건 당연한 게 아니에요. 이런 사건의 기사가 작게 나오더라도 크게 느껴주셨으면 해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닥터탐정’의 배우 봉태규는 종영 소감을 묻자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최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 말하던 그는 이 대목에서 힘을 주어 말했다.

산업현장 부조리 해결 의사 맡아 열연

산업재해 정면으로 다뤄 호평 끌어내

공감 이끌어내기 위한 감정 호소 노력

사건 그대로 전달 “뿌듯하고 보람돼”

“데뷔 20주년… 많은 분들께 감사”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의사들의 활약을 담은 메디컬 수사물이다. 연출을 맡은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박준우 PD와 대본을 집필한 실제 직업환경 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는 현실 뉴스에 나왔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 ‘메탄올 실명 사건’ ‘반도체 백혈병 사건’ 등을 재구성해 화면으로 만들었다. 이런 작품에서 봉태규는 겉으로는 날라리처럼 보이나 불의의 현장을 보면 끝까지 파헤치는 정의로운 직업환경전문의 허민기를 열연했다. 그를 비롯해 박진희, 이기우 등이 열연했지만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정면으로, 깊숙하게 다룬 지상파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직업환경 전문의라는 의사는 생소하다. 심지어 극 중 허민기는 일반적인 의사보다는 탐정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제목처럼.

“실제 직업환경의학과 분들이 그러세요. 진료실보다는 산업재해 현장을 찾아가 사건을 파헤치고, 또 그걸 막으려는 사람과 맞서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형사에 가깝죠. 이처럼 일반적인 의사가 아니다 보니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더 풍부해서 연기하는 데 사고가 확 열리더라고요.”

-허민기를 준비하며 따로 염두에 둔 것도 있나.

“일단 제 캐릭터가 시청자들께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감정과 분노의 진폭이 커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용산참사 같은 산업재해를 직접 취재하셨던 분이에요. 말씀 들어보니 실제 그분들을 만나면 감정의 기승전결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늘 어느 정도 고조되어 있고, 어떻게 터트리느냐, 어떻게 보이느냐의 차이 정도만 있다고요. 그래서 그런 감정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죠.”

-무거운 실제 소재를 다루지만 드라마라 가상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가 있다. 그러면 의도가 전달이 잘 안될 수 있다. 반대로 건조하게 말하면 시청률이 낮게 나올 수 있다. 그런 딜레마가 있지 않았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노동자 사망 사건을 담은)1,2부 시작부터 고민했죠. 처음부터 너무 어두운 건 아닌지. 하지만 방향성을 정하는 건 감독님이고, 그렇게 판단하셨어요. 감정에 호소해야 하기 때문에 중반이 피해자 위주로 보여주자고 선택했어요. 실제로 어땠느냐에 집중했죠.”

-피해자를 정면으로 그렸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게 다가오긴 했다.

“피해자를 드라마적 장치로 소모하지 않았죠. 오히려 그들을 중심으로 (주연 배역을) 이야기 끌어가는 장치로 사용한 게 전무했던 시도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애착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해요. 그래서 시청률 떨어져도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사건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배우들도 모두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뿌듯하고 보람된 작품이었습니다.”

-현재 방송도 주당 52시간 근로 도입 계도기간이다. 현장은 어땠나.

“감독님이 많이 신경 쓰셨어요. 아마 우리 드라마가 (52시간 준수를) 시작하는 작품일 거예요. 또 엔딩 크레디트도 막내부터 올렸고요. 제가 데뷔를 어릴 때 했어요. 그때는 ‘뭉갠다’고 했는데 고생이 당연한 문화였죠. 하지만 누구만 편하고 그런 건 말도 안 돼요.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을 존중한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앞으로 자리 잡고 나면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더 좋은 드라마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알고 보니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축하한다.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는지.

“한 직업을 20년 할 수 있는 건 많은 분께 감사할 부분이에요. 특히 배우란 직업은 많은 분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늘 고민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좋게들 생각해주셔서 20년 된 거 같아요. 사실 제가 살가운 편은 아닌데 앞으로 같이 일하는 분들께 더 여유롭고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리고 슬프더라고요. 작년에 ‘리턴’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체력이 달린다고 생각 못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하하. 제가 내년에 마흔인데 하루하루가 달라요. 그래서 운동 시작했어요.”

김상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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