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이젠 '홍등'을 끄자] 3. 성매매 범죄 수익 환수 지지부진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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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 짜낸 착취 피라미드’ 최상위 업주·건물주에 개발이익 안 돼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일대 모습.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들은 소개비, 방세, 결근비 등의 명목으로 부과되는 과도한 각종 비용 때문에 성매매 현장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일대 모습.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들은 소개비, 방세, 결근비 등의 명목으로 부과되는 과도한 각종 비용 때문에 성매매 현장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업주를 중심으로 완월동 폐쇄 논의가 나오면서 불법인 성매매로 돈을 번 업주나 건물주들에게 개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완월동을 포함한 부산 3대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던 해운대 609, 범전동 300번지도 구청 차원의 공공 개발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보상금 문제로 결국 민간 개발 업자들 손에 철거됐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집결지 개발에 앞서 불법 성매매로 부를 쌓은 업소들의 수익과 건물 등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 성매매 집결지 공공개발 계획

보상금 문제로 번번이 무산

범죄 수익 몰수·추징 법 있지만

부산 몰수 청구 1건, 이마저 기각

“경찰 철저 수사·법원 의지 필요”

“몰수로 업주 위축·업장 폐쇄토록”

■업주·건물주 착취, 못 떠나는 여성들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은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소개비와 매달 숙식비에 해당하는 방세, 그리고 성매매에 필요한 용품 구입비까지 성매매 여성들이 떠안는 착취 구조 때문이다.

수년 전 완월동에서 5년 동안 일했던 김소연(가명) 씨도 성매매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소연 씨는 당시 300만 원의 소개비로 다른 집결지에서 완월동으로 옮겨왔다. 소연 씨는 업주와 수익의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당시 한 달 평균 150여 명의 남성을 상대하고 약 500만 원의 수익을 배분받았다. 하지만 500만 원 대부분은 다시 업주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거주하는 방의 보증금 1000만 원과 소개비 일부를 매달 갚고, 식사비를 포함한 방세 300만 원도 매달 내야 했다. 게다가 몸이 아파서 일을 하루 종일 못하면 ‘올비’라는 결근비 약 80만~ 100만 원을 지불했다. 간혹 특정 손님을 거부하면 명당 10만 원의 결근비도 별도로 업주에게 건넸다. 이 밖에 호객꾼인 ‘나까이’에게 수입의 5%인 25만 원을 업주를 통해 전달하고, 성 구매자의 양말이나 칫솔, 식사까지 부담하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다고 느낄 때마다 빚이 발목을 잡았다. 소연 씨는 “집결지의 경우 성매매 여성들이 빚을 지고 마지막으로 흘러들어 오는 곳”이라며 “일을 시작할 당시 수백만 원대의 선불금이 따라와 업소에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 빚을 지고 일하는 셈이라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업주와 성매매 여성 간의 수익 배분 비율이 1 대 9로 성매매 여성에게 유리한 업소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개비와 선불금, 방세 등을 지불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이렇게 업주에게 성매매 금액의 상당 부분이 흘러들어 가고, 이 돈은 다시 건물주에게 넘어간다. 업주와 건물주 사이 계약은 주로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추정하기는 어렵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완월동이 있는 충무동 일대 시세로 추정할 때 4~5층 규모의 성매매 업소 1곳당 임대료만 한 달에 최소 200만 원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 대장을 보면 2000년 이전 건물허가를 받은 곳이 90% 이상이다”며 “집결지가 한창 잘 될 때부터 벌어들인 금액을 합산하면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봐야 하며 게다가 건물이 집안 대대로 상속되는 경우가 많아 세대를 걸쳐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상 문제, 해답은 범죄수익 환수

완월동 폐쇄를 논의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업주와 건물주의 재산 처분 방식이다. 시민단체들은 집결지 개발에 앞서 불법 성매매로 부를 쌓은 업소들의 수익과 건물 등을 환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착취 구조로 번 수익을 환수하려는 조짐은 더디다. 부산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오피스텔 등 건물을 몰수 추징한 적이 있지만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 대해서는 성매매 영업 알선 범죄로 인하여 얻은 재산을 몰수·추징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 특별법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불법 성매매 영업 혹은 처분에 의해 얻은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건물주와 업주에게 수익과 건물에 대한 몰수·추징 청구를 한 경우는 여태껏 단 1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기각됐다. 해운대경찰서는 올해 8월 완월동 업소 1곳의 건물 몰수를 법원에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비례의 원칙에 따라 성매매 알선으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건물 몰수 조치가 과하다는 게 법원의 기각 사유다. 부산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이나 다른 건물의 경우 임대계약서를 통해 쉽게 계약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 몰수·추징 청구가 비교적 용이하다”며 “집결지의 경우 임대가 구두로 이뤄지고 임대료 지불도 은행 송금이 아닌 현금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계약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덧붙여 건물주가 업주에게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는 게 밝혀지더라도 이번 기각 사례와 같이 알선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우리 서에서는 상습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판단하에 법원에 몰수 청구를 했다”며 “법원이 집결지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성매매 집결지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법원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일례로 2016년 5월 광주지방법원 강규태 판사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매매 알선자, 업주 등 5명에게 알선비용으로 받은 약 2억 600만 원을 추징하고, 성매매 장소로 쓰인 건물 몰수를 선고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의 성매매 알선에 따른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몰수·추징을 선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언니네’ 김희영 소장은 “광주 사례는 경찰의 수사 의지와 법원의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몰수·추징이 가능한 법적근거가 존재한다면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여성단체연합의 변정희 대표도 “오피스텔도 적발됐는데 성매매만을 위해 존재하는 집결지의 몰수 추징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이 범죄수익 환수를 주장하는 이유는 착취의 최상위에 있는 업주, 건물주 등을 위축시켜 스스로 물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최수연 소장은 “단속이 이뤄지고 몰수 추징 등의 선례가 생기면 업주와 건물주들이 스스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업장을 여는 데 크게 부담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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