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찾기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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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준 작가의 ‘자명리 공명마을’.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권병준 작가의 ‘자명리 공명마을’.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서로는 모두에게 이방인이다. 난민이나 이주민, 새터민처럼 극명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가뜩이나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로 공동체가 붕괴하는 마당에 정보 통신의 급속한 발달은 각자를 더욱 개별적 존재로 만든다. 이는 단순한 분리에 그치지 않고 종국에는 차별이나 배척으로 나아가기 쉽다. 그 피해는 어느 누구로 한정하지 않는다. 예술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낼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가장 멀리서 오는 우리…’

내년 2월 2일까지 현대미술관

권병준 ‘자명리 공명마을’ 등

관객, 행위 통해 작품에 참여

공동체 의미 체험하는 이색 전시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김성연,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서 내년 2월 2일까지 열리는 ‘가장 멀리서 오는 우리:도래하는 공동체’ 전은 이런 물음에 해답 제시를 시도한다. 이 전시는 관객이 그저 감상자에 머무르지 않고 행위를 통해 작품 내부로 들어가, 그 속에서 공동체 의미를 몸소 체험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권병준 작가의 ‘자명리 공명마을’은 외부 소리를 차단하고 자신의 소리만을 듣는 헤드폰을 소통의 매개로 활용한 사운드 아트이다. 관람객은 자연을 모티브로 한 음향을 구비한 헤드폰을 쓰고 소리에 빠져든다. 그렇게 전시 공간을 거닐다가 헤드폰을 쓴 다른 이와 거리와 가까워지면서 상대편 소리를 감지하게 된다.

둘 간의 거리가 더 좁혀지면 이편저편의 소리가 섞이고, 4초 간 인사를 하듯 서로 고개를 숙이면 소리가 바뀌게 된다. 이는 소리를 매개로 타인에게 다가가 교집합을 만들면서 벽을 없애고 다리를 놓은 식의 소통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을 내놓은 권 작가는 네덜란드 왕립음악원에서 소리학과 예술 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암스테르담의 실험적 전자악기 연구기관인 스타임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양정욱 작가의 ‘그는 선이 긴 유선전화기로 한참을 설명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양정욱 작가의 ‘그는 선이 긴 유선전화기로 한참을 설명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양정욱 작가의 설치 작품 ‘그는 선이 긴 유선전화기로 한참을 설명했다’라는 이주민과 지역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관찰하고 채집한 기록의 궤적이다. 유연하게 구부러진 목재와 빛을 내며 깜빡거리는 전구, 금속 등의 오브제들은 반복적으로 움직이면서 사람 간에 얽힌 관계를 표현한다. 양 작가는 이렇게 일상적인 여러 사건을 재구성하고 중첩하면서 사람 간의 미묘한 균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안무가 김윤규의 ‘이방인들의 축제’는 시민이 직접 배우로 참여하는 체험 예술 형식을 띠고 있다. 참가 희망자를 대상으로 사전 워크숍을 두 차례 실시한 후 21일 오후 3시에 퍼포먼스를 가진다. 그 행위는 공존과 상생이라는 본질을 메시지를 찾아가는 축제 성격을 띤다. 민속춤을 재해석한 전통 연희 양식을 바탕으로 현대춤의 새로운 관점과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방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만드는 공간의 변화를 꿈꾸며 나가는 여정을 묘사한다.

이 전시에서는 또 관람객 참여 퍼포먼스인 ‘너의 목소리를 듣다’을 19일 오후 3시에 함께 연다. 사전에 모집한 참여자들이 직접 고른 ‘공동체’에 관한 텍스트를 릴레이로 낭독하는 기획이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사는 “‘우리’라고 부르기 어색한 낯섦과 동시에 이해하려는 몸짓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러한 양면적인 태도에서 포착한 단면을 통해 사회문화적인 의미와 공동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획”이라고 말했다. ▶가장 멀리서 오는 우리: 도래하는 공동체=2020년 2월 2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제4전시실. 051-220-7400.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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