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이젠 '홍등'을 끄자] ④ 재생의 모범, 전주 선미촌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성매매 집결지에 문화공간 마련… 일반인 드나들자 업소 문 닫아

관공서가 성매매 집결지 건물을 매입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근절하는 방법이 조명받고 있다. 전주시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의 공원 ‘기억공간’에 보존돼 있는 성매매 업소 방.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공 관공서가 성매매 집결지 건물을 매입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근절하는 방법이 조명받고 있다. 전주시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의 공원 ‘기억공간’에 보존돼 있는 성매매 업소 방.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공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은 강력한 행정력과 민관 협력으로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전주시가 집결지 한가운데 있는 건물들을 서서히 사들여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현장 시청을 차리자 업소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전주 선미촌 강력한 행정력에 폐쇄 수순

시청 뒤 서노송동 60여 곳 성업하다

2015년 집결지 내 현장 시청 문 열자

시민 왕래로 업소 하나둘 문 닫기 시작

市, 집결지 건물 매입 ‘문화공간’도 조성

업소 건물 일부 남겨 ‘기억의 공간’도

앞서 2014년 민관협의회 구성해 논의

“완월동도 상징성 커 기억 공간 있어야”

■강력한 행정력과 민관협력이 중요

전주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 폐쇄는 시가 주도해 ‘민관’이 협력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강력한 행정력 없이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집결지를 폐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노송동 전주시청 바로 뒤 선미촌은 ‘서노송동 예출촌’으로 탈바꿈 중이다.

1950년대 현재 전주시청 자리에 있던 전주역 뒤 약 2만 2760㎡ 규모의 집결지가 형성돼, 2014년 이전에는 60여 개 업소에 150여 명의 여성들이 있었을 만큼 성행했다. 하지만 2015년 전주시가 집결지 내 건물을 임대해 602㎡ 부지에 ‘현장시청’을 세우면서 성구매자, 성매매 여성, 업주 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자 업소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일부 업소는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하기도 했다. 현재는 업소수가 줄어 20개 업소에 20명 정도의 여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이해 충돌을 줄이고 폐쇄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2014년 구의원, 지역주민, 인근 고등학교 관계자, 언론사, 경찰 등으로 구성된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가 만들어져 폐쇄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민관협의회와 개발 용역을 통해 전주시는 집결지의 건물을 부분 매입해 ‘예술촌’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 업무를 현장에서 진행하기 위해 현장 시청을 차린 것이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시가 강력한 의지로 시청을 현장에 차려 이 공간에 일반 시민들이 지나들게 했다”며 “업주들과 건물주들이 달라진 분위기를 인식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공간으로 재탄생

전주시가 같은 지역의 한 성매매 업소를 임대해 문을 연 현장시청.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공 전주시가 같은 지역의 한 성매매 업소를 임대해 문을 연 현장시청.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공

전주시는 선미촌 정비 방향을 ‘인권’과 ‘예술’로 잡았다. 예술공간을 조성해 오랫동안 일반 시민들이 드나들지 않았던 이곳을 재생시키고, 여성 인권유린의 역사를 기억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전주시는 최근까지 집결지 건물 5채를 매입했고 이곳들을 공원, 예술서점, 현장시청, 성평등 공간, 업사이클링 센터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공원은 성매매 업소 건물 일부를 남겨둔 채 녹지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이곳을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기억의 공간’으로 불리는 이 공원에는 노후돼 무너진 한 평 남짓한 성매매 업소 방 일부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곧 시가 매입한 부지에 성평등 공간도 들어설 예정인데, 이곳에는 여성들의 인터뷰나 당시 흔적을 담은 자료도 전시될 예정이다.

일대에서 가장 큰 3층 규모의 업소는 폐자원을 활용해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센터로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전주시는 지역 특색을 살린 폐자원을 활용한 제품을 제작·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업사이클 산업 육성을 위한 교육공간도 함께 조성할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집결지 폐쇄는 불법적 공간을 없애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시민들이 드나들지 못했던 곳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재생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송경숙 센터장은 “완월동은 선미촌만큼이나 더 오래되고 상징적인 공간이다”며 “사람들이 다시는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를 기억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지난 5월 완월동이 포함된 충무동, 초장동, 남부민1동 20만 5000㎡ 지역을 도시재생활성화 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부산시에 요청했다. 이에 부산시는 다른 구·군의 요청지역과 함께 이 지역의 활성화 구역 지정에 대한 전략계획 용역을 발주 진행 중이다. 결과는 내년 2월께 나온다.

완월동 일대가 전략계획에 지정고시되면 서구청은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부 공모에 해당 지역을 신청할 수 있다.

-끝-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