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사건 경찰 수사 내용] 현장 증거와 DNA 일치, 혈액형은 불일치… 경찰 “진실 밝힐 것”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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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최악의 장기미제 범죄로 불리는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조사 중인 경찰은 DNA 추가 감정과 대면 조사 등을 통해 범행 여부를 가리는 한편 여죄 가능성도 수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용의자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기존 증거물과 수사 기록을 전면 검토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 19일 브리핑

“DNA 일치 용의자 확인 수사 중”

부산교도소, 이춘재 조사 확인

경찰, DNA·혈액형 추가 조사

방대한 수사 기록 원점 재검토

처제 성폭행·살인 외 여죄 수사도

이 씨, 깔끔한 성격에 수작업 능통

교도소 “가석방 검토한 적 없다”

■경찰 “원점부터 재수사”

경기남부경찰청은 19일 브리핑을 열고 화성 연쇄살인사건 현장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확인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를 밝히진 않았지만, 부산교도소는 수감자 이춘재(56)를 현재 경찰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해 수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경찰은 DNA 검출 후 부산교도소에 한 차례 용의자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4년 7개월에 걸쳐 발생한 사건이라 자료가 방대하다”며 “현재는 조사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사건에서 발견된 다른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DNA 검사를 계속 할 예정이다. 또 관련 수사 기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이를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별도 편성했다. 수사본부는 미제사건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외부 전문가 등 57명이 포함된 대규모 인원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용의자 이 씨는 한 차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씨가 교도소 안에서 생활한 탓에 일반적인 강제수사 과정에서 실시하는 디지털포렌식이나 증거물 확보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올 확률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DNA 이외에는 전적으로 이 씨의 자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 씨가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면 진범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당시 수사기록과 다른 정황이 발견되면서 수사에 혼선도 예상된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용의자의 혈액형을 B형으로 추정했으나 이 씨의 혈액형은 O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혈액형 조사 보다 현재 DNA 검증의 신뢰도가 높긴 하지만 경찰의 별도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재 조사 초기 단계로 용의자와 ‘라포(심리적 유대감)’를 형성하는 중”이며 “혈액형도 재차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로 이 씨의 추가 범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 딸의 집에서 귀가하던 7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시작으로 1991년 4월 3일 6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까지 총 10건이 대상이다.

이 중 8번째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사건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로 진범이 잡혀 모방 범죄로 밝혀졌다. 1991년 이후 용의자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씨는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붙잡혔다. 따라서 그 사이 다른 범죄를 저질렀거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기간 동안 알려지지 않은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경기남부경찰청 배용주 청장은 “다른 곳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경찰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철두철미하고 수작업 능통한 용의자

용의자로 지목된 이 씨는 경찰 조사 이후 현재 부산교도소의 1인 수감실로 옮겨졌다. 이전까지 이 씨는 1급 모범수 2~3인이 함께 생활하는 대형 수감실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교도소 안에서 1급 모범수로 동료들과 교도관의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동료 수감자 A 씨는 "이 씨는 첫인상부터 호감형인 데다 성격까지 좋아 모든 수감자들이 이 씨와 친해지려 했다"며 "교도소 내에서는 보통 수감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기 마련인데, 이 씨는 수감자 뿐 아니라 교도관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으며 잘 지냈다"고 말했다.

또 A 씨는 "경제사범들이 솔선수범해 뭐든 들어줄 만큼 교도소 내 입지가 튼튼했다"며 "굉장히 철두철미하고 깔끔한 성격으로, 교도관들 옷보다도 깨끗한 주름이 잡힌 옷을 매일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특히 섬세한 수작업에 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이 씨는 수용 생활 초기부터 현재까지 교도소 내 공장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여러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구 제작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2011년과 2012년에는 교정 작품전시회에 도자기 등 작품을 출품해 입상하기도 했다.

한 교도소 관계자는 "이 씨가 워낙 모범수여서 가석방 될 수도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더라도 20년 이상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부산교도소 측은 "이 씨에 대한 가석방은 검토한 바 없고 고려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송지연·곽진석 기자 sjy@busan.com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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