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미술관, 최은정 작가 초대전 ‘달의 위로’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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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달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동네인 중구 영주동 산복도로에 자리 잡은 ‘달리 미술관’(관장 박선정)이 반지하 어두컴컴한 방에 달을 모셔왔다. 더불어 하늘도 모셔오고 구름도 모셔오고 꽃도 모셔왔다. 그랬더니 빛이 절로 따라왔다. 빛의 조각가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최은정 작가의 전시가 시작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최은정은 2018년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서 인기작가상을 수상하고 2019년 서울시 전시기획공모에 당선한 작가다. 2014년에 개인전을 연 이래 줄곧 ‘HOPE’(희망)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달리 미술관’이 가진 전시 공간의 느낌을 살리고 특히 아들 안상현 작가와 콜라보를 기획하면서 책제목이기도 한 ‘달의 위로’를 주제로 내걸고 다음달 19일까지 진행된다.

작가가 표현하는 하늘과 구름과 꽃은 낮의 강렬함과는 다르다. 눈부시거나 화려하지도 않고 강렬하지도 않다. 그만의 색감 속에서 세상을 향한 자신만의 시선과 그것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듯하다.

작가는 글루건을 이용하여 P.U.R(Poly Urethane Reactive) 재질의 특수 접착제를 다양한 방향으로 수없이 쏘아 올린다. 그렇게 단층과 같은 단단하면서도 투명한 면을 만든다. 그 위에 UV 프린팅을 이용하여 분사한 잉크가 열에 녹으면서 씨실과 날실로 세상을 엮은 듯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창조한 세상이 어떤 것은 액자에 들어가고 어떤 것은 빛으로 새로 태어난다.

최 작가가 만들어 내는 빛은 강렬하고 뜨거운 낮의 태양 빛이라기보다는 어두운 밤을 밝히는 은은하고 고마운 달의 빛이다. 그러기에 눈부시지 않으며 거북하지 않다. 그 자체가 따스함이자 밝음이고 희망이자 위로다. 그래서일까. 홀로 사는 누군가의 거실에다 모셔다 놓으면, 아프고 힘든 환자들의 병원 복도를 밝히면, 또는 우리 아이 자는 방 침실 머리맡에 놓으면, 작품이 선사하는 빛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겠다 싶다.

부산 북항이 내려다보이는 영주동 산마루에 자리 잡은 ‘달리 미술관’의 박선정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 하는 현대인들에게 예술 작품을 통해 잔잔한 위로가 되고자 이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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