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에 사는 사람이 만드는 부산발 다큐의 ‘힘’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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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의 김정근 감독 . 심유림 인턴기자 ‘언더그라운드’의 김정근 감독 . 심유림 인턴기자

부산발 다큐멘터리 2편이 BIFF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부문 수작을 소개하는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받았다. 2편 모두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올라 수상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정근 감독과 오민욱 감독을 만났다.


‘와이드앵글’ 부문에 2편 초청

모두 경쟁 부문에 올라 수상 기대

김정근 감독 ‘언더그라운드’

부산도시철도 비정규직 문제 다뤄

“무인화로 노동 가치 낮아져”

오민욱 감독 ‘해협’

동아시아 전쟁 기원 찾아

“결국 日 ‘천황’ 체제가 원인”


해결되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

김정근 감독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부산도시철도의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다. 고공농성을 불사하며 투쟁한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30년 세월을 다룬 ‘그림자들의 섬’(2016)에 이어 이번에도 노동자에 포커스를 맞췄다. 다만, 전작이 해고, 파업 이후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던 데 비해 이번 작품은 결이 조금 다르다.

김 감독은 “노동문제를 다뤄온 감독으로서 투쟁과 쟁의 현장 외에 일하는 모습 안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를 얘기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철도 덕후’여서 도시철도와 지하 공간에 관심이 많고 영화를 찍으며 보통 사람이 못 가보는 공간에 가본 일도 기억에 남는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 김 감독은 진지해졌다. 그는 “전국에서 무인화가 가장 먼저 된 곳이 부산도시철도 매표소이고, 4호선은 가장 먼저 무인지하철로 운영하고 있다”며 “어느샌가 노동의 가치가 낮아진 공간이 됐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3분의 2 지점까지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한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인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관객이 이를 보고 노동에 대해 의문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관사, 매표소 직원이 없어지는 시대,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지 관객 스스로 고민해달라”고 말한 김 감독은 “부산교통공사가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를 만들려고 한다. 부산시에서 나서 공사가 직접 고용을 할 수 있도록 바로 잡아달라”고 강조했다.

‘해협’을 연출한 오민욱 감독. 심유림 인턴기자 ‘해협’을 연출한 오민욱 감독. 심유림 인턴기자

끝나지 않은 동아시아 전쟁사

오민욱 감독의 다큐멘터리 ‘해협’은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서사보다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지만 이미지에 매료되는 영화다. 전쟁을 테마로 대만, 중국, 한국, 일본 동아시아 4개국을 넘나든다.

영화의 기획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감독이 그해 다큐 영화 ‘범전’으로 사우스타이완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영화제 매니저 샤오 카이츠를 만나면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오 감독이 연출하고 샤오 카이츠가 대만 프로덕션을 맡았다.

오 감독은 “영화가 우정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해협’을 만들면서 그리고 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로 ‘인터시티 영화제’를 하면서 그런 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샤오 카이츠는 내레이션을 맡아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 속에서 가장 찍고 싶었던 숏으로 일본 도쿄에 있는 히로히토 일왕의 무덤을 꼽았다. 그는 “영화는 대만과 중국 사이 진먼섬에서 출발해 끝끝으로 향한 곳은 도쿄인데 결국 아시아 전쟁의 기원은 일본 ‘천황(天皇)’ 체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동아시아인이 전통의식을 치르는 장면이 자주 겹쳐진다. 오 감독은 “아시아가 긴 전쟁을 겪어왔는데 그 의식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전쟁으로 인한 불안이었다”며 “그래서 4개국 모두 어떤 것을 믿고 위로받고 싶어 의식을 치른다는 공통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BIFF에는 부산발 다큐가 초청되는 일이 잦다. 이에 대해 오 감독은 “특별한 이유보다는 다큐를 만드는 사람이 부산에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다큐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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