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더 이상 안 돼” 부산 곳곳 재발 방지 위해 팔 걷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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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직원과 산사태 예방 전문가들이 지난 3일 지역 내 급경사지를 돌며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직원과 산사태 예방 전문가들이 지난 3일 지역 내 급경사지를 돌며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지난 3일 부산 사하구에서 4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자 지자체마다 긴급점검을 벌이는 등 비상이다. 잦은 태풍으로 이미 산들이 물을 많이 머금은 상태여서, 추가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임계점을 넘어서지 않을까 초긴장 상태다.

해운대구, 관내 전수조사 계획

기장군, 안전점검·합동 점검

‘상시 감시체계 마련’ 지적 제기

부산 해운대구는 “산사태 우려지역 27곳을 비롯해 지역 내 급경사지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구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각 동네의 통장 등을 동원해 지역 내 비탈길을 모두 조사한 뒤 산사태, 낙석 위험 지역을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면서 “추경이나 재난기금을 통해 관리 예산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다른 구·군도 사하구 산사태 이후 긴급 점검에 나서고 있다. 기장군은 양산국유림관리사무소,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함께 지역 내 급경사지 81곳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벌였다. 남구는 이번 달 안으로 안전관리자문단 등과 2주간에 걸쳐 지역 내 급경사지 56곳을 합동 점검할 계획이다. 서구, 부산진구, 강서구 등도 10여 명의 인력이 투입해 안전점검을 벌였으며, 추후 부산시 계획에 따라 추가 점검도 예정하고 있다. 사하구는 이번 산사태 현장 복구를 마친 후 별도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금정구 관계자는 “산사태 취약지역 특성에 따라 산지사방, 해안사방, 야계사방 등의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5년이 지난 사방시설물은 별도 안전점검을 벌여 보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각 구·군은 취약지역이 아니더라도 민가와 인접한 경사지들을 대상으로 배수로 준설, 위험 수목 제거 등의 후속조치를 벌이고, 사유지일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이 같은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각 구·군은 뒤늦은 ‘가을 태풍’뿐 아니라 단순한 비 소식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올여름 장마철 이후 계속해서 내린 비로 급경사지 지반이 약해져 있어, 집중호우나 소나기로도 산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19호 태풍 ‘하기비스’는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20호 태풍 ‘너구리’도 발생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산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상시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과학기술대 정진교 교수는 “지구 온난화 탓에 앞으로 더 많은 태풍이 몰아칠 것이기 때문에 산사태 재해에 대한 별도 예산 확보, 부서 신설 등이 필요하다”면서 “산사태 위험지를 전수 조사한 뒤 관련 지도를 만들고, 경사가 심한 곳은 수시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 한 구청 관계자도 “옹벽 등에 경사계를 설치해 수시로 계측 관리하며 위험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산사태에 대비한 안전조치 이행을 강제하도록 법령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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