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터치] 보행권과 브리지 클라이밍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강해상 동서대 관광학부 교수

광안대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시의 보행로 설치 의지와 시의회의 지원으로 그간 잊고 살았던 시민의 걸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상층부 전면개방으로 자유롭게 다리를 걸어본 시민이라면 아름다운 경치와 불어오는 바람의 상쾌함에 감탄한다. 이렇게 좋은 걸 왜 그동안 개방하지 않고 보행자의 접근을 막았는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운전자의 생각은 다르다. 안 그래도 출퇴근 시간과 주말에 꽤 밀리는데, 왜 이런 개방 행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전용도로로 만들어진 광안대교

상층부 전면개방 행사로 보행권 주목

등반 체험하는 호주 하버 브리지처럼

다리 활용한 관광 콘텐츠 고민해야

광안대교는 자동차전용도로이다. 바다 위에 건설된 교량이다 보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안전사고를 사전에 막으려고 보행로를 두지 않았다. 건설 당시 보행로 없는 자동차전용도로로 해야 국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정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호주의 하버 브리지가 부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문교의 뷰포인트, 이른바 사진 잘 나오는 명당은 늘 북적인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건널 수 있다.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늘 여행 순위에 오른다. 호주 시드니도 마찬가지이다.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하버 브리지가 랜드마크의 양대 축을 이룬다. 바다에서 유람선을 타고 하버 브리지를 볼 수 있고, 걸어서 건널 수도 있다. 올림픽이 열리던 해, 하버 브리지에 교통을 통제하고 하루 동안 잔디를 깔아 외신기자와 관광객, 시민을 초대하기도 했다. 시드니의 문화자산인 하버 브리지 하나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기념품 가게나 레스토랑, 유람선터미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산은 그 좋은 바다 경치를 고용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고층 주거시설과 자동차전용도로에 내줬다. 경관이 좋은 곳엔 일자리가 생기는 시설이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주거시설부터 자리 잡았다. 집값은 오르지만 먼 후세에겐 부끄러운 일이다.

실제로 광안리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매우 아름답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부가가치가 없다. 부산의 랜드마크라고 하지만 광안대교를 상징하는 기념품도 변변치 않다. 애칭으로 ‘다이아몬드 브리지’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쓰는 이가 없다.

광안대교에 우선 보행로를 만들어 다리 공간에 카페를 설치하고, 다리를 활용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안이 나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보행로 설치는 잃었던 보행권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당연한 사업이지만, 안전이라는 선결 과제가 있어 조심스럽다. 기존 차로에서 양옆 공간을 확보하거나 한쪽으로 보행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야간에는 통제하거나 주간에도 강풍이 부는 날은 통제하는 선제 조치도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도이다. 호주의 하버 브리지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리지 클라이밍이라는 다리 등반 프로그램이 있다. 1998년 개장 이래 누적 방문객이 4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지난해만 412억 원의 매출을 올려 14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등반하는 사람은 별도의 등반복을 착용하고 안전교육을 받는다. 철저하게 교육된 방문객은 리더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다리를 오르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한다. 모험관광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성취감을 맛보고, 온몸으로 바다 위에 펼쳐진 풍광을 느낄 수 있다.

광안대교를 그대로 두고 심미적인 부분을 보완해 경관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그것만으로는 일자리가 더 이상 창출되지 않는다. 이미 2012년 부산연구원 연구용역에서 광안대교를 활용한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한 바 있다. 번지점프와 수상 카페 등은 이미 나온 아이디어이고, 경관조명도 시민 아이디어로 제안된 바 있다.

뉴질랜드의 번지점프대는 늘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는 다리를 등반하려는 사람과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으로 북적이고, 크루즈, 수상택시, 수륙양용버스 등 바다를 이용한 콘텐츠가 다양하다. 천혜의 자원을 가진 부산은 어떤 콘텐츠로 방문객을 유인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