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허브 부산’ 성장 토대는 빅데이터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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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부산대 정보의생명공대 교수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성공 여부는 빅데이터로 결정된다. 좋은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마치 1970년대에 유전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빅데이터라는 유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공지능에 뒤처지고 결국은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게 된다. 불행히도 부산에는 구글 같은 세계 지배적 빅데이터 기업도,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포털기업도 없다. 부산에는 눈에 띄는 유전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개방 기술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의 개방화는 프로그램 소스의 개방, 데이터 개방, 그리고 표준 인터페이스 개방으로 이뤄진다.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점, 폐쇄적 기술로 운영되던 IBM이 올 7월 대표적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리눅스의 레드햇을 40조 원에 인수했다. 소프트웨어 산업 역사상 가장 큰 합병 중 하나다. IBM도 개방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부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희망도 이 데이터 개방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좋은 데이터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보유하는 조직은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이 데이터를 개방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던 유전을 찾아서 공개하는 셈이 된다.

의생명 산업은 훌륭한 예시다. 의생명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이다. 인공지능을 위해 의료 빅데이터만 확보할 수 있다면 말이다. 부산의 여러 대학병원이 하나로 연계돼 의료 빅데이터를 개방하고, 의료보험 관련 기관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공개하면, 부산에 엄청나게 큰 인공지능 산업의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의료 빅데이터를 공개하는 데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는 정책과 제도 영역이지만, 해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보안을 높이고 익명화 기술을 강화하면서, 기술에 적합한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개인정보로 보호 의미가 없는 의료데이터는 공개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설정한 범위 내에서 의료 빅데이터를 공개한다면, 부산에도 안 보이던 유전이 생길 수 있다.

기존의 틀이 부서지고 새판이 짜이는 순간에 기회는 생긴다. 새판은 기존 폐쇄적 독점 기술에 대항하는 개방화 기술이다. 그래서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부산시가 개방화 기술이라는 깃발을 들고 구글과 같은 세계적 데이터 독점 기업과 맞서는 것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개방된 데이터로 세계적 산업 허브를 만들고, 글로벌 인력이 부산으로 몰려와 스타트업 기업을 만드는 것을. 개방된 데이터라는 유전에서 얻은 연료로 이들 스타트업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진기지가 바로 부산이 되는 날을 요즘 들어 자주 상상하게 된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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