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산업 미래보고서] 6. 부산 미래 이끌 인재 양성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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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SW산업 매출액 183조 중 부산 비중은 단 5%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T 분야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심 속 혁신공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올 4월 부산에 문을 연 글로벌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 서면점의 모습. 부산일보 DB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T 분야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심 속 혁신공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올 4월 부산에 문을 연 글로벌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 서면점의 모습. 부산일보 DB

한국은 스스로를 IT 강국이라 자처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5G 기술,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한국은 분명 선도자 위치에 있다. 그러나 검색엔진,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T 분야의 인재양성 패러다임을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IT 강국을 향한 꿈은 결국 스러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 ‘반쪽짜리’ IT강국 논란 속

‘제2 도시’ 부산 현실 더욱 비참

R&D부문서도 초라한 성적표

혁신공간 부재·교육 무관심 탓

기관·학교·기업 힘 모아야

■‘제2의 도시’라면서 IT는?

한국이 ‘반쪽짜리’ IT 강국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부산 IT 산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18년 지역IT·SW산업 생태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IT·SW 산업의 추정 매출액은 183조 1822억 원이다. 전국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매출액은 9조 3727억 원으로 전체의 5.1%에 불과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는 하지만 인천, 대구, 충북 등은 물론 경기도 내 시 단위 도시들보다 작은 규모다.

부산의 IT·SW 관련 사업체 개수는 3617개로 전국의 11.7%였으며, 종사자는 3만 5025명으로 전국의 7.1% 수준이었다. 매출액 규모가 도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음은 물론이고, 업체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연구개발비 부문에서도 부산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2017년 국내 전체 IT·SW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1조 4344억 원이다. 부산의 경우 988억 원으로 전체의 6.8%에 불과하다. 2015~2017년 3년간 평균증가율은 1.10으로 전국 평균의 1.14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혁신공간·IT교육 부족한 도시

전문가들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IT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초·중·고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는 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산업 현장에서도 인재양성을 위한 패러다임이 제대로 정착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김동현 교수는 혁신공간의 부재에 주목했다.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의 실험은 실제 문제가 발생하는 도심 안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부산의 경우 외곽 신도시로 밀려나거나 대학 산학협력관 등의 형태로 갇혀 버리다 보니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도심 한가운데 메이커 스페이스, 창업공간, 공유주방 등 다양한 형태의 혁신공간을 만들어 줘야 도심 속의 문제를 직접 부딪쳐 가며 해결해 볼 수 있다”며 “도시 문제를 시민 스스로 해결하는 리빙랩 형태의 프로젝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적 사고에 얽매인 교육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조환규 교수는 “IT 정보 교육에 대한 지역 교육당국의 관심이 매우 낮다”며 “일례로 지난해와 올해 열린 한국 정보올림피아드 입상자를 분석하면 부산 출신은 광주 출신보다 적고, 대구 출신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역 IT 인재를 받아줄 지역 기업이 적어 인재 유출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역사회가 아무런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의료·IT 벽 허물어 혁신 유도

작지만 새로운 시도도 있다. 부산대학교는 내년부터 양산캠퍼스에 정보의생명공학대학을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의학 분야와 인공지능(AI) 등 IT 분야를 통합해 융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정원 168명의 이 단과대학은 의료와 IT를 결합한 국내 최초의 융복합 인재 양성 교육기관이다.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 높은 담을 쌓고 있었던 의료와 IT 분야의 벽을 허물겠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부산대는 진단·치료용 첨단의료기기, 맞춤형 인공장기, 생체기능 모사 디바이스 등을 개발하는 미래 의공학 전문가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양산시와 부산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동남권 의생명특화단지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세계 수준의 교수를 포함해 석·박사 등 100여 명의 연구인력을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의생명 지능시스템, 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 머신러닝과 딥러닝,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다루는 기술도 다양하다. 부산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과 간의 구분은 크게 중요치 않다”며 “지역 대표 국립대학으로서 미래 동남권을 이끌어 나갈 의료·IT 융복합 혁신 인재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끝-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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