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1번지 부산의 민낯] ‘동네 겉’에 치중했던 재생 ‘주민 삶’에 집중해야 자생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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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부산일보DB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부산일보DB

2009년 감천문화마을에서 도시재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부산에서는 지난 10년간 총 288개의 도시재생 사업이 1조 5686억 원의 예산으로 진행되거나 진행 예정이다. 또 원도심과 서부산에서는 3개 동 중 2개 동이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도시 재생을 목표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예산이 투입되고 각 지자체가 앞다퉈 비슷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정작 수혜자가 되어야 할 주민들이 소외되고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도시재생 10년을 맞아 도시재생 1번지를 자임하는 부산에서 도시재생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년간 206개 동 중 103곳 진행

역대급 예산 투입했지만 ‘부작용’

재생사업 점검하고 혁신할 시기

〈부산일보〉가 지난 10년간 부산시에서 진행된 주요 도시재생 사업을 행정동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 전체 206개 행정동 중 103개 동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됐다. 산지 지형과 낙후된 주거 여건 등으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대형 도시재생 사업이 집중된 원도심(중구, 동구, 영도구, 서구)과 서부산(사하구, 사상구, 강서구, 북구 등)의 경우 86개 동 중 53개 동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됐다.

대형 도시재생 사업으로는 주거, 교육, 문화 환경 등의 개선을 목표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이 시작이었다. 476억 원의 예산에 부산 71개 지역이 행복마을로 지정됐다. 1년 뒤인 2011년에 시작된 원도심 대개조 프로젝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는 지난 9년간 810억 원이 투입됐다. 부산 주요 낙후 지역을 행복마을 만들기,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대부분 훑고 갔지만, 도시재생은 계속됐다. 2014년 부산역 일원 대개조 사업인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에 500억 원, 주거집중 재생 사업인 새뜰마을 사업에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62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부산 17개 지역에 2017년부터 2025년까지 1조 142억 원의 예산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부산 곳곳에서 대규모 예산으로 생활 여건 개선에 몰입했던 과거 10년이 ‘도시재생 시즌1’이었다면, 향후 10년은 도시재생 시즌1에 대한 반성, 보완과 함께 주민이 중심되는 ‘도시재생 시즌2’로 부산 도시재생이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역대급 예산이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마다 투입됐지만, 마을에서는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대표마을인 감천문화마을은 시간이 흐르면서 관광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고, 거점시설들은 낮은 활용도로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마을 공동체들은 자생을 위한 수익 마련방안을 찾지 못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행복마을 만들기 등으로 대표되는 부산의 도시재생 사업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며 “지난 10년간 도시재생의 메카로 불린 부산이 앞장서서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을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준용·서유리·이우영·곽진석·박혜랑 기자 jundragon@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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