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의 '세계 읽기'] ‘온난화 재앙’ 몰디브의 SOS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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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수도인 말레 전경. 지구 환경 전문가 중에는 몰디브가 2100년쯤엔 온난화 재앙으로 물속에 가라앉는다고 전망한다. 신화연합뉴스 몰디브 수도인 말레 전경. 지구 환경 전문가 중에는 몰디브가 2100년쯤엔 온난화 재앙으로 물속에 가라앉는다고 전망한다. 신화연합뉴스

“모히토 가가지고 몰디브나 한 잔 할라니까.”

영화 ‘내부자들’에서 배우 이병헌의 명대사다. ‘몰디브 가서 모히토 한잔하자’라는 말이 바른 말일 터. 하지만 영화에선 이 대사로 재미를 더한다. 모르긴 몰라도 몰디브는 이 대사 때문에 더 유명해졌을 터이다.

이 대사 덕분에 몰디브가 모히토의 본고장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모히토의 고장은 몰디브가 아니라 쿠바다. 쿠바의 대표 칵테일이 모히토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겼다던 그 술 말이다.

몰디브는 일찍이 마르코 폴로가 인도양의 꽃이라고 감탄한 곳이다. 마치 인도양 위에 파랗게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환상의 섬, 몰디브. 1100여 개가 넘는 섬이 옹기종기 모여 신혼부부는 물론이고 수많은 여행객들을 사시사철 유혹한다.

김의배(그린월드㈜ 대표) 몰디브 명예영사는 “몰디브는 참 가능성이 많은 나라지요. 수산자원이나 관광자원을 보면 그 자원에 그저 감탄하게 됩니다. 세계는 녹색산업 혁명이라고 하는데, 자연으로 돌아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몰디브라고 생각합니다.” 몰디브에 가보지 않은 이에게는 이 말이 단순히 몰디브에 대한 예찬으로 들리겠지만, 그는 “몰디브에 가보면, 정말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힘주어 얘기한다.

그런데…, 몰디브는 지구상에서 해수면과 가장 가깝게 접해 있는 국가다. 신혼부부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 김 명예영사가 예찬하고, 꿈꾸는 이 몰디브가 2100년쯤엔 온난화 재앙으로 물속에 가라앉는다고 하니 너무도 안타깝다. 이미 10년 전 이맘때(정확히는 2009년 10월 17일이었다)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과 정부 각료 13명은 몰디브 기리푸시섬 인근 바닷속에서 수중 내각회의를 열고 세계 각국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촉구했다. 나시드 대통령은 “몰디브는 온난화 재앙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라면서 전 세계에 온난화 재앙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SOS’를 쳤다.

그리고 10년. 엊그제 미국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 연구진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최신 데이터와 위성사진 등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2050년 해수면 상승 피해 인구가 기존 전망인 7800만 명에서 3배 넘게 증가해 3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2100년에는 약 6억 3000만 명이 침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해 지역엔 태국 방콕, 중국 상하이, 방글라데시, 인도가 들어간다. 물론 몰디브도 포함된다.

김 명예영사는 2002년부터 줄곧 몰디브 명예영사를 맡아오고 있다. 지금은 1년에 한 두 번 몰디브를 방문하지만 초반엔 한 달에 한 번꼴로 몰디브를 드나들었다. 주변에선 그를 ‘몰디브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그에겐 몰디브에 한류 드라마와 K팝이 결합한 리조트를 짓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몰디브가 영원히 존재했으면 한다.

그대는 보는가/쪽빛 하늘과 적황색 토지와 사프란꽃과 에메랄드빛 초원으로/찬란하게 버무려진/자연의 아름다움을. 몰디브의 시인 할리라 모하메드 나시어의 시 ‘놀라움’의 일부다. 시처럼 몰디브의 놀라운 아름다움을 지구는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한다.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저는 어른들이 (긴급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두려워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어른들이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른들이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 지금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달식 기자 dosol@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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