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검찰개혁과 자치검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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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한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 경상대 교수

‘제1호 태풍 조국’은 한국 사회를 2개월 동안이나 강력하게 휩쓸었다. ‘태풍 조국’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다하고 한국 사회에 수많은 개혁 과제를 남기면서 점차 소멸되어 가고 있다. 대학 총장의 표창장, 인턴, 학술논문 게재 등의 각종 스펙 쌓기는 아빠와 엄마 찬스를 사용할 수 없었던 청년들에게 대학 진학도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겨다 주었다. 10여 년 전의 대학입시 제도는 ‘어렌쥐’ 열풍에 따라 ‘SKY 캐슬’에서 살아갈 수 없는 가족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두 달간 한국 사회 휩쓴 ‘조국 태풍’

평등·공정·정의 위한 개혁과제 남겨

두 번째 태풍 ‘검찰개혁’ 진행 중

검찰 권력 민주적 통제가 출발점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분산해야

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 검토할 만

지금도 SKY 캐슬은 높은 성곽을 쌓고 각종 찬스를 대학입시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불공정한 대학입시 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특별 지시한 것은 잘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평등·공정·정의 사회의 필수적 전제조건은 과감한 개혁이다. 조국은 청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역대 법무부 장관들이 하지 못한 검찰개혁 방안을 속전속결로 마련하고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초강력 태풍 조국을 소멸시킬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인 대통령보다 더 살아서 펄펄 뛰고 있는 권력이 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검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검찰의 특권을 바로잡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할 몫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여의도, 서초동,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는 국회에서 하루속히 검찰개혁 법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검찰개혁 법안을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든 통과되지 않든 검찰개혁이라는 ‘제2호 태풍’은 또 다시 한국 사회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태풍의 눈이 검찰개혁 법안을 어떻게 집어삼킬지는 예단할 수 없다.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이 끝났다던 조국이 소환되어 여의도와 광화문은 촛불집회와 태극기부대로 강력한 대치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장은 동물농장으로 변질될 태세다. 하지만 태풍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휘몰아치고 촛불집회와 태극기부대를 관통하여 어떤 형태로든 한국 사회를 바꾼 다음 소멸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광역시·도의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2000여 명의 전국 검사들이 엄격한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를 가지고 있는 폐단은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부제를 달았던 영화 ‘더 킹’에서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다. 그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검사장 직선제를 통한 자치검찰제 실시가 검찰개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퇴임을 두 달 남겨 둔 올 6월 한 강의에서 검찰 권력 견제 방안으로 검사장 직선제를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국 전 장관이 ‘법무·검찰 개혁에 관한 국민제안’을 받았을 때, 검찰공무원과 검사는 검찰총장 직선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자치단위인 카운티(County)의 검사장은 대부분 주민 직선이다. 미국에서는 판사, 보안관, 회계감사 등도 주민이 직접 뽑는 주민자치가 전통이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은 검사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지 않지만 우리처럼 검찰총장이 전국 단일 조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지 못한다. 유럽 국가의 검찰 조직은 대부분은 다르지만 검찰총장과 검사의 권한을 최대한 분산시켜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권력을 제한하거나, 민주적 통제에 따라 국민들의 뜻에 부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59년 전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도 헌법에 명문화된 적이 있다. 4·19 혁명 이후 1960년 6월 15일 시행된 제4차 헌법 제78조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이를 선거하고 대통령이 확인한다. 전항의 선거인단의 정수, 조직과 선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라고 하여,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선출제를 도입했었다. 비록 주민직선제가 아닌 간선제 형태였지만 사법부 권력을 최소한 민주적 통제 하에 두도록 하였다. 하지만 다음해 5월 17일 예정되었던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선거는 5·16 군사 쿠데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때는 쿠데타가 한국 사회의 거대한 태풍이었다. 1952년에 실시했던 지방자치제도를 전면 중단시켜버린 악풍이었다. 그러나 닥쳐올 제2호 태풍은 자치검찰제를 향한 강력한 ‘개혁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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