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주의 맛있는 인터뷰] 10만 번째 한국 귀화인 알록 로이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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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시 부산 발돋움 위해 시민의 열린 생각·열린 마음 필요”

알록 꾸마르 로이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은 한 달 남짓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는 “부산은 다양성 수요성 뛰어난 반면 인재 유치 역량은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선배 선임기자 ksun@ 알록 꾸마르 로이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은 한 달 남짓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는 “부산은 다양성 수요성 뛰어난 반면 인재 유치 역량은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선배 선임기자 ksun@

본명은 알록 꾸마르 로이(Alok Kumar Roy·63). 흔히 알록 로이로 불린다. 성은 로이, 이름은 알록 꾸마르. 인도 출신으로, 10만 번째의 한국 귀화인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귀화인. 현재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외국인 출신 기관장이다. 그의 이름 앞에 또 하나 ‘유일’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부산시 출연·출자 기관장들 중 지방 정권이 교체되면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다.

2015년 12월 21일 취임한 로이 사무총장의 임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제도시 부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쉼없이 달려온 그를 부산 연제구 중앙대로 1000 국민연금부산회관 13층 재단 집무실에서 만났다. 워낙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터라, 인터뷰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로이 사무총장은 “부산이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도 출신, 지자체 유일 외국인 기관장

직원 역량 외교관 수준으로 높아져

4년 임기 만료 눈앞… 더 일할 뜻 있어

이집트 메트로 관계자 초청 연수 뒤

“제일 잘 아는 도시 부산” 응답에 뿌듯

임기 중 추진 사업에서 가장 인상적

교류재단사업에는 장기적 안목 있어야

유라시아 청년 대장정 사업 큰 호응

한·아세안 정상회의 후속 사업 준비

부산시민 다양성 수용 능력 탁월 장점

국제 인재 유치에서는 부족한 점 많아

외국인도 지역 커뮤니티 적극 참여해야

7월에 열린 한·중·일 아동 도시외교 캠프 장면. 7월에 열린 한·중·일 아동 도시외교 캠프 장면.

-임기가 다 되어 가는데, 소회를 말한다면?

“처음 취임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재단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자부한다. 어떻게 하면 기존 직원들을 외교관 수준의 역량을 가진 일꾼으로 키울까 하는 게 처음 취임했을 때의 고민이었는데, 4년 동안 직원들이 나를 잘 따라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도시외교가 정말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도시에서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다. 만약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 도시는 망하게 돼 있다. 그런 점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웃 도시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아시아·인도·태평양·유라시아까지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넓혀 가야 한다.”

로이 사무총장은 부산외대 인도어학부 교수로 현재 휴직 상태에 있다. 그는 “학교에서 교편 잡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국제교류재단 일이 좀 더 흥미로운 것 같다”며 부산시가 만약 임기를 연장해 주면 더 일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재단의 현황을 좀 알려 달라.

“기획·국제교류·ODA(공적개발원조)·세계시민·유라시아 등 5개 팀에 28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재단은 처음 자매도시 교류로 시작했는데, 그 영역이 점차 넓어졌다. 현재 민간교류의 거점 기관으로서 도시외교 기반 강화, 부산 Gateway(관문)를 통한 신남방 교류, 부산형 ODA 추진, 신북방 및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 시민과 외국인이 함께 하는 글로벌 도시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코이카(KOICA)의 지원을 받아 이집트 지하철 운영 역량 강화 연수 사업을 추진한 게 인상적이었다. 2016~2018년 3년간 카이로 메트로 관계자 15명을 초청해 부산의 지하철을 견학시키고 전동차 유지·관리 기술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이 부산에 와서 굉장히 감동을 받았고, 한국에서 어디를 제일 잘 아느냐 하고 물으면 스스럼없이 부산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부산 이미지가 굉장히 제고됐다.”

-아쉬운 점은 없나?

“어떤 도시와의 네트워크와 플랫폼 확장은 바로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작은 이벤트라도 하려면 최소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해마다 예산을 확보한 뒤 사업을 추진하면 벌써 늦어 버린다. 재단의 사업 특성상 최소 2년 단위로 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그렇게 시스템화하지 못한 게 아쉽다. 우리 재단 사업은 시딩(씨 뿌리는) 성격이 강하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10년 뒤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8월에 열린 부산 외국인주민 대표자 회의 모습. 8월에 열린 부산 외국인주민 대표자 회의 모습.

-재단의 대표적 사업을 두어 개만 소개하면?

“약 30개의 크고 작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부산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어울마당, 4년째 진행한 유라시아 청년 대장정 사업 등은 굉장히 호응이 좋다. 어울마당은 종전에는 단순히 문화행사였는데, 이제 비즈니스의 장으로 확대됐다. 유라시아 대장정 사업은 부산 시민과 청년들에게 세계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몸으로 느끼도록 하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

-곧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월 25~27일)가 부산에서 열리는데, 재단 준비 상황은?

“정상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건 없지만 후속 사업들을 미리 구상하고 있다. 이번에 라오스 의료진들을 초청해 심폐소생술 역량 강화 교육을 한 것도 그 일환의 하나이다. 특히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아시아 각국 대사들과 미리 접촉해 단순히 문화 교류뿐만 아니라 전문가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산이란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데 애쓰고 있다.”

로이 사무총장은 부산은 현재 29개국 36개 도시와 자매·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제도시로서 부산의 장점과 약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시민의 다양성에 대한 접근이 다른 도시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즉 역사적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시민의 다양성 수용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인재 유치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부산은 누구에게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2의 도시로서 아직 할 수 있는, 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도시 부(富)를 만드는 요소를 분석해 보면 이민자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예컨데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인도 사

람들의 숫자는 적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부는 어마어마하다. 부산도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도시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이 저절로 도시를 찾아오지는 않는다. 훌륭한 인재는 도시가 나서서 모셔 와야 한다는 뜻이다.”

로이 사무총장은 부산에 와 있는 유학생(약 1만 2000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유학생 중 30~40%는 졸업 후 부산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래서 이들이 도시의 브랜드를 높이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학제도 등 유인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에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부산 팸투어의 한 장면. 5월에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부산 팸투어의 한 장면.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불편함은 없나?

“노무상담 받으러 오는 노동자들을 보면 제도적으로 임금을 받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또 직장을 옮기는 문제와 4년 만에 귀국해야 하는 문제는 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학생의 경우 취업의 기회가 너무 없다고 호소한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 보자. 1980년 처음 한국에 온 것으로 아는데.

“한국 정부의 국비 장학생으로 서울대 대학원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해 40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운명처럼 느껴진다. 인도 네루대학 다닐 때 마침 한국어학과가 개설돼 한국어를 배웠고 델리대학 석사(정치학)를 마치고 석사 후 ‘동북아외교’를 공부하다 서울대로 오게 됐다.”

인도 벵골주 출신인 그는 8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안 형편이 어려웠지만, 5남매가 교직에 몸담고 있을 정도로 학구적인 분위기의 집안이다. 그는 1989년 부산외대로 부임하면서 부산으로 왔다.

-국제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부산시민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면.

“국제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다양성 수용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부산은 하나의 열린 공간이 되어 누구나 와서 화려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열린 생각과 마음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로이 사무총장은 부산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했다. “여러 가지 도전은 있지만, 부산시와 교류재단이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이런 노력에 적극 호응해 주시면 좋겠다. 외국인 커뮤니티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산시민과 함께 다양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busan.com


로이 사무총장은 ‘딸 바보’

알록 꾸마르 로이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은 ‘딸 바보’다.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로이 리샤(30·사진 왼쪽)와 로이 리아(29·사진 오른쪽) 두 딸 얘기가 나오자 입이 벌어졌다. 그럴만도하다. 두 딸 모두 미모와 재능을 겸비했다. 큰딸은 일본 와세다대학을 나온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둘째딸은 와세다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학 석사를 거쳐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에서 두 딸을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장기에 심각한 정체성 문제를 겪었기 때문. 로이 사무총장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가장 큰 자극이 정체성 문제다. 부모나 학교 교사가 그걸 어떻게 풀어주느냐에 따라 아이들 행복이 결정된다. 한국 중·고교의 큰 변화(국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학원에 보내는 대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대화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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