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일본 프리허그 투어’ 나선 한국 청년…NHK서 동행 취재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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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 윤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

“다 덮어놓고, 포옹하면서 그저 ‘사이좋게 지내자’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마주하자는 의미에서 ‘프리허그(Free Hugs)’를 기획했어요.”

2015년부터 매년 한 차례

전국 종단 ‘프리허그’ 이벤트

대구 출신 윤수연 씨 현지 화제

올해 15개 도시서 2000회 포옹

“서로 이해하고 마주하자는 취지”

빨간 한복 저고리와 옥빛 치마를 입은 한 한국인 여성이 최근 일본 열도에서 화제가 됐다. 곱게 땋아 올린 머리에는 흰 비녀를 꽂고, 발에는 붉은 꽃신까지 신어 한국식 ‘풀 무장’을 한 뒤, 태극기와 일장기, 하트를 손수 그린 피켓을 든 채 일본 대도심 한가운데 선 이 여성은 대구 출신 윤수연(25) 씨다.

윤 씨는 지난달 19일부터 삿포로에서 출발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를 거쳐 이달 4일 일본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국을 종단하며 프리허그 이벤트를 열었다. 프리허그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 사람들과 서로 안아주며 격려하는 것을 말한다. 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엔 팔로워 수천 명이 응원 댓글을 달았다. 윤 씨가 일본 15개 도시를 돌며 포옹을 한 횟수는 어림잡아도 2000번이 넘는다. 오사카에서만 무려 425차례 포옹을 받았다.


일본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에서 윤수연(25) 씨가 프리허그(Free Hugs) 이벤트를 통해 만난 일본인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윤 씨는 지난달 19일부터 17일 동안 일본 15개 도시를 돌며 한·일 프리허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윤수연 씨 제공 일본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에서 윤수연(25) 씨가 프리허그(Free Hugs) 이벤트를 통해 만난 일본인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윤 씨는 지난달 19일부터 17일 동안 일본 15개 도시를 돌며 한·일 프리허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윤수연 씨 제공

윤 씨는 2015년부터 매년 1차례씩 프리허그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천에 옮겼다. 계기는 일본 시즈오카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이었다. 윤 씨는 “나도, 우리 가족도 막연히 일본에 대한 반감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봤던 일본과 직접 경험한 일본은 달랐다”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꾸는 게 우선이겠다 싶어,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자고 나선 것이 프리허그였다”고 말했다.


윤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 윤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

그는 여름방학 때 한국에 잠깐 들어와 서문시장에서 예쁜 한복을 맞춰, 그해 9월 기모노 차림의 일본인으로 가득한 교토의 번화가에서 한복 차림으로 처음 프리허그에 나섰다. 지난해에도 일본 일주 프리허그를 한 윤 씨는 지금까지 40개 넘는 도시에서 이벤트를 벌여왔다. 그가 프리허그를 벌이는 장소에는 현지인 서포터즈들이 나서서, 촬영과 질서 유지 등 무료 봉사를 자처한다.

윤 씨의 프리허그 일주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일본에서 후원을 받았다. 4년 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금하겠다고 하자, 순식간에 십시일반 80만 엔(약 860만 원)이 모였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3년간 활동을 한 윤 씨는 이번 프리허그 일주를 준비하면서도 펀딩을 통해 첫 목표금액보다 5만 엔을 초과한 25만 엔(약 269만 원)을 모금했다.

윤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 윤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

“한국을 싫어하지만, 당신을 응원한다며 거금을 후원한 40대 중반 간사이 아저씨와는 지금도 연락하고, 만나서 이야기합니다. 한국인을 만난 적도, 한국에 가본 적도 없이 편향된 정보만 계속 받은 분이었어요.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편견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서로를 이해의 대상으로 보고 마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현재 일본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윤 씨는 지난 15일 도쿄대학의 초청을 받아 강연한 데 이어 이튿날 시부야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어 프리허그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일본 NHK방송은 이번 프로젝트 내내 동행하며 내년 초 윤 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할 예정이다.

후쿠오카(일본)=민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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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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