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불출마 파장] 등 돌린 金 “당 회생 불능” vs 앞만 보는 黃 “총선 승리”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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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통신·OTT 관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자유한국당 김세연(왼쪽) 의원과 김종호 기자 kimjh@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통신·OTT 관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자유한국당 김세연(왼쪽) 의원과 김종호 기자 kimjh@

자유한국당의 21대 총선 예상 성적표를 놓고 황교안 대표와 여의도연구원장(여연)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표출됐다.

김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요인 가운데 하나도 이 부분에 대한 당 지도부와의 견해차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민심 예민하게 살피는

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

“조국 사태 후에도 비호감 그대로

민주당과 격차 엄연한 현실”

황 대표 “총선 패배하면 퇴진”

김 의원 지적에도 불쾌감 드러내

김 의원은 지난 17일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로 비유했다. 사실상 한국당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다.

한국당이 ‘회생 불능’이라는 김 의원의 진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당의 싱크탱크인 여연 원장이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 현안 관련 찬반 여론 등을 정례 조사하는 여연은 당내에서 민심의 동향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자리다. 김 의원이 한국당의 총선 패배를 예상하는 근거는 △정확한 현실인식의 부재 △변화 의지의 결여 △비판세력의 부재 등으로 정리된다.

김 의원은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연 조사와 한국갤럽 등 전문여론조사 기관과의 조사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조국 사태’ 이후 한국당과 민주당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는 어렵고, 총선은 다가오지만 역대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 방정식인 ‘정권심판론’이라는 구도가 좀처럼 짜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특히 한국갤럽의 지난달 조사(8~10일, 성인 10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서 한국당의 비호감도가 62%로, 호감도 28%의 배 이상인 점에 주목했다. 김 의원은 “비호감도가 호감도의 배에 이르면 선거에 이기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라면서 “문제는 ‘조국 사태’ 이후에도 당의 비호감도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황교안 대표. 김종호 기자 kimjh@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황교안 대표. 김종호 기자 kimjh@

반면 황 대표는 이날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황 대표는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있다가 아니라 높다”고 결과를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구제불능이라면 다 나가고, 다 그만 둬야지 뭣하러 있느냐”면서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총선에서도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면서 ‘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국당이 총선 성적표를 어떻게 예상하느냐에 따라 보수통합, 인적쇄신 등의 수위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와 싱크탱크 수장의 견해차는 앞으로 치열한 논리싸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선의 김용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의원의 고뇌에 찬 결단에 대해 한국당이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못한다면 아마 국민들의 더 거센 비판과 함께 정말 존재 이유를 국민들이 엄중하게 추궁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황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불출마 선언은 좋지만, 자신은 당이 이렇게 된 데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면서 “정말 힘들게 당을 되살렸다. 한국당이 ‘좀비’ 이야기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석호·전창훈 기자 psh21@busan.com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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