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도 없이 도로와 뒤섞인 BRT 공사장 ‘아찔’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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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인근 BRT공사 현장. 공사장과 도로를 구분하는 안전펜스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인근 BRT공사 현장. 공사장과 도로를 구분하는 안전펜스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올해 말 개통을 앞두고 동래 내성교차로~서면 광무교 6.6㎞ 구간에서 BRT(버스중앙전용차로제) 공사가 한창이지만, 공사 현장과 도로를 구분하는 펜스도 없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스팔트 깔 중장비 진출입 위해

도로와 작업장 구분 펜스 없애

차량들 공사장 옆 아슬하게 통행

공사장 기계에 깔려 행인 숨지기도

현장 감리도 없어 안전 ‘사각지대’

21일 오후 부산진구 부전시장 인근 BRT 공사 현장. 도로 위에 마련된 공사 현장에는 4대의 중장비가 한 곳에 놓여 있고, 전기 설비 공사 차량과 인부들이 공사장 차로 안을 오가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사 현장과 한 걸음 떨어진 바로 옆 차로에서는 녹색 신호가 켜지자 차량들이 속도를 높이며 움직인다. 이처럼 공사장과 도로가 맞붙어 있지만 공간을 구분 짓는 펜스조차 없이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두 공간을 구분 짓는 것은 꼬깔 모양의 라바콘과 원통형 드럼이 전부다.

부산시는 3일 전부터 야간 아스팔트 포장 작업을 위해 원래 설치돼 있던 펜스를 치운 것이라 설명했다. 아스팔트를 까는 중장비가 도로를 여러 차례 오가며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펜스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슬아슬한 상황은 아스팔트 공사가 마무리 되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 현장 바로 옆을 지나다니는 운전자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연산동에서 서면으로 출퇴근 하는 장 모(30) 씨는 “공사장 펜스가 없다 보니 지날 때마다 불안하다”면서 “특히 인도 공사를 하면서 차도로 장비나 인부들이 나올 때가 있어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장과 도로가 혼재돼 있다 보니 BRT 공사장에서 안전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3시께 술에 취한 A(73) 씨가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인근 BRT 공사장에 들어가 누워 있다 기계에 깔려 숨지는 사고(busan.com 20일 자 보도)가 발생했다. 당시 공사장 관계자들이 A 씨가 현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몇 차례 막아섰지만, A 씨는 관계자들이 없는 쪽으로 들어가 도로에 누워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 당시에도 공사장의 출입을 막는 펜스는 없는 상태였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6시께는 차로가 좁아지는 걸 모르고 운행하던 택시 한 대가 공사장 쪽으로 잘못 진입해 공사장 안에 쌓여 있던 모래더미를 올라타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공사장 진입을 막는 바리게이트도 없었던 데다, 주변이 어두워 차로가 줄어드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 부산개인택시조합 김호덕 이사장은 “공사장을 제대로 막아 놓지도 않고, 안내해 주는 신호수들도 없다 보니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공사 현장이지만, 현장에 안전 관리를 감독하는 책임자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시의 버스운영과 공무원들이 구간을 나눠 현장을 감독하고 있다. 공사장 안전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감리 업체를 두지 않고 공무원들이 아침저녁으로 현장에 나가고 있다”면서 “막바지 공사를 하는 동안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조금만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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