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전에 꼭 정자·난자 냉동보관을”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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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병원 의료진이 난임 환자에게 시험관아기시술(IVF)을 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난자와 정자를 동결 보관하는 장면. 세화병원 제공 세화병원 의료진이 난임 환자에게 시험관아기시술(IVF)을 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난자와 정자를 동결 보관하는 장면. 세화병원 제공

고등학생이 정자 보관을 위해 불임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세화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이 학생은 무정자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학생은 결혼하더라도 자녀 출산에 대한 꿈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상찬 세화병원 원장은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정자 보관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도 그 방법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 산부인과, 비뇨기과, 종양학 전문의와 이런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함께 심포지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태아 기형 가능성 높은 항암 치료

동결 통해 가임력 보존할 수 있어

생리 시작되고 7~10일간 과배란 유도

배란 직전 여러 개 성숙한 난자 얻어

남성은 시기 관계없이 간단히 채취

치료 목적 관계없이 결혼 늦어져

‘사회적 난자 냉동’ 늘어나기도


■항암·방사선 치료, 기형과 성장지연 초래

암 치료에 쓰이는 다수의 항암제는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이다. 태아에게 위험을 미칠 수 있으며 약물로 인한 해악이 아주 크다.

임산부에 대한 방사선 치료는 유산, 사산, 유전병, 백혈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임신 기간과 피폭선량에 따라 태아에게 기형, 정신지체 장애, 성장 지연 등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세화 아카데미 2019’에서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과장은 “임신을 예정하고 있거나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인 환자가 항암이나 방사선치료 전에 의료진에게 임신 정보를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임력(임신할 수 있는 능력) 보존이 필요한 경우는 다양하다. 암 환자 이외에도 난소종양이나 조기 난소기능 부전과 같은 질병이 있을 때도 해당된다.

가임력 보존 절차는 간단하다. 난자와 정자 또는 수정란을 동결시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는 생리가 시작되고 2, 3일부터 7~10일간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맞는다. 배란 직전에 여러 개의 성숙한 난자를 채취하게 된다. 남성은 간단하게 정자를 채취해 동결할 수 있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특정 시기가 정해진 게 없다.

여성은 만 35세가 되면 가임력이 떨어지고 만 38세를 넘어서면 급격히 감소한다. 결혼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난자 동결 어떻게

사회적 난자 냉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난자 냉동은 항암치료를 앞둔 미혼 여성 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항암치료 등의 질환 치료 목적과 관계없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개인적인 이유나 사회적인 이유로 임신이나 출산을 미루는 여성을 위해서도 난자 냉동을 시행한다. 이를 ‘사회적 난자 냉동’이라고 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의 대표 기업인 페이스북과 애플에서는 여성들의 직장생활을 돕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난자 냉동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기업의 난자 냉동 비용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난자의 수와 질이 동시에 감소한다. 고령의 임산부에서 염색체 이상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은 것도 난자의 질적인 저하 때문이다.

사회적 난자 냉동은 난자의 기능이 떨어지기 전에 난자를 미리 얼려둠으로써 미래의 출산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다. 보험을 드는 개념으로 임신에 대한 시기를 결정하는데 여성에게 다양한 결정권을 줄 수 있다.

사회적 난자 냉동은 난자의 질이 떨어지는 35~37세 여성에서 주로 시행된다. 45세까지도 시행할 수 있다. 세화병원 유지희 부원장은 “난자 냉동으로 인한 임신 가능성은 여성의 나이와 얼릴 수 있는 난자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난자 냉동의 결정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자동결 보존 방법은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수명은 2017년을 기준으로 79.7세다. OECD 기대수명인 77.9세보다 높다. 이처럼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암에 걸린 확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획기적인 암 치료법의 개발로 생존율 또한 높아져 가임력 보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김재명 세회병원 난임의학연구소 박사는 “암 치료를 받기 전에 암 전문의와 상의, 전문난임센터에서 본인의 생식세포를 동결해 보존할 수 있다. 그런 후에 항암치료를 받고 임신의 목적으로 보관된 생식세포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자의 동결보존은 남성의 생식능력을 보존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난임 병원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일상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특히 가임력 보존이 필요한 암 환자가 암 치료 전에 난임병원을 방문해 본인의 정자 또는 정소를 간단한 방법으로 동결 보존하면 된다

채취된 정자 또는 정소 조직은 일정 양의 정자동결 보존액과 혼합해 1차 냉각한다. 그런 후 액체질소 상부와 표면에서 각각 5분 3분씩 노출한 후 액체질소에 담가 보존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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