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행 한국 관광객 90% 감소… 여행사·면세점 감원 ‘칼바람’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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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관광 혹한] 일본 한인사업장 상황

일본 규슈 오이타현 온천마을 유후인역 앞의 최근 모습. 일본 여행 불매운동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성수기인데도 거리와 상점이 예년에 비해 한산하다. 일본 규슈 오이타현 온천마을 유후인역 앞의 최근 모습. 일본 여행 불매운동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성수기인데도 거리와 상점이 예년에 비해 한산하다.

한·일 관계 경색으로 지역 관광 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소도시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특히 잦았던 규슈는 지역마다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아우성이 잇따르자, 중앙과 각 지방 정부까지 나서서 ‘숙박비 할인’ 등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과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불매운동에 상인들 울상

한·일 사이서 ‘샌드위치’ 신세

개점휴업·폐업 줄줄이 이어져


양국 관계 악화 분위기 속에서 냉가슴을 앓고 있는 건 뜻밖에도 일본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응대하던 ‘한국인 사업자들’이다. 일본에서 비자를 받고 경제활동을 하거나, 한국 국적 재일교포 등이 운영하는 업장의 주 고객이 한국인 관광객이었던 때문에 ‘불매운동’의 불똥이 도리어 한국인들에게 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있는 한인 사업장은 어중간한 입장에 놓여, 한·일 두 나라 사이에서 피해 구제 손길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랜드사’를 운영하는 부산 출신 김 모(40) 씨는 올 9월부터 무기한 휴업 중이다. 랜드사는 한국에 있는 여행사와 계약된 현지 여행사로,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패키지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일본에 도착하면 현지 랜드사가 숙박과 버스 등 실제 여행 스케줄을 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김 씨는 “7월부터 예약이 끊기기 시작해, 지금은 일감이 ‘0’이다. 현재 사무실은 임대 중”이라며 “함께 일하던 대구의 한 여행사도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더라. 나도 이달 중 여행사업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규슈 지역을 거점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한국인 여행업자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90% 가까이 줄면서 한인 사업장이 줄도산하고, 여행사와 현지 면세점 등에 감원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일본에서는 2년 전 랜드사에 대해 등록제가 처음 도입돼, 이들 중에는 법적 등록 없이 운영하는 영세 여행사도 많다. 한 관광업 종사자는 “부산 등지에 본사를 둔 여행사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 일자리가 없어졌는지 실태 파악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후쿠오카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야스이 요코(40) 씨는 한국어 안내문만 내걸었던 에어비앤비에 최근 영어를 추가했다. 그는 “9월부터 한국인 숙박객이 90% 급감했다. 한 달에 단골 손님 2팀 정도만 오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짓기 시작한 새 숙박시설이 이달 말 완공되는데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한국인 41만여 명이 찾은 나가사키현 쓰시마에서는 기대감으로 올 초 사업을 확장했던 한인 렌터카 업체 등 사업장 다수가 개점 휴업 중이거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3일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인 히타카쓰항 입국자는 겨우 70명으로, 지난해 1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달부터 코비, 오로라, 블루쓰시마호에 이어 니나호 역시 1개월간 운휴에 들어가면서, 비틀만 매일 1회 부산과 히타카쓰를 왕복하고 있다.

후쿠오카/글·사진=민소영 기자 mission@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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