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굽는 스승과 보자기 깁는 제자의 어울림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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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인·김수정 2인전 ‘딱딱함과 부드러움’전

2인전 ‘딱딱함과 부드러움 전’에 가면 스승의 도자기와 제자의 보자기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김수정 작가 제공 2인전 ‘딱딱함과 부드러움 전’에 가면 스승의 도자기와 제자의 보자기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김수정 작가 제공

도자기 굽는 스승과 보자기 깁는 제자가 함께 전시회를 연다.

권상인·김수정의 2인전 ‘딱딱함과 부드러움 展’이 14일까지 김수정아트스페이스(부산 수영구 광안동)에서 열린다. 같이 전시회를 여는 두 작가는 사제 간이다.

제자 김수정 작가는 대학에 입학해 스승인 권상인 경성대 공예디자인학과 교수를 만났다. 텍스타일디자인을 전공한 김 작가가 자신의 길로 보자기를 선택한 것은 30대 중반의 일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보자기 작가가 되기까지 과정에 모친 김나미 자수공예 명장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에게 11번째 전시이자 두 번째 2인전이다.

권상인 교수는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후 강단에서 김수정 작가를 만났다. 전공은 다르지만, 늘 김 작가를 지켜봤고, 2008년 김 작가가 어머니 김나미 명장과 첫 번째 2인전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한 권 교수는 이번 제자와의 공동전에 작품 18점을 출품했다.

스승의 도자기는 고전을 변주한 현대적인 우아함을 지닌다.

권 교수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약으로 기존 청자와 다른 색을 냈다. 맑고 은은한 오후의 하늘빛이다. 도자기 모양도 미묘한 비대칭 형상을 하고 있다. 도자기 표면에는 한자를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이미지를 새겨 넣었다. 음각, 양각의 깊이에 따라 다양한 푸른 빛이 도자기 표면을 감싼다.

권 교수는 “도자기를 만드는 전통적 형상, 기법, 유약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 아름다움을 흡수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스승의 도자기에 대해 김 작가는 “한국적이면서도 또 한국적이지 않은, 손맛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제자의 보자기는 전통을 재해석한 새로운 도전을 보여준다.

한국의 7색을 바탕으로 전통적 보자기 작업을 해온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기법을 더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정적인 보자기에 아크릴 물감으로 힘찬 터치와 색감을 더해 ‘이게 보자기였나’하고 작품을 한 번 더 보게 한다.

김 작가는 “면 분할과 색 구도에 집중해 예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보자기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제자의 새 보자기에 대해 권 교수는 “조형적으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려는 작가로서 고민과 노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14일까지 김수정아트스페이스. 051-754-8717.

오금아 기자 chris@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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