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이병헌 “화산 폭발 상상해 연기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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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고 신기했어요.”

배우 이병헌(49)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백두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거대한 규모의 컴퓨터그래픽(CG)이 입혀진 완성작을 보고 놀란 탓이다. 영화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병헌은 이중간첩인 북한 무력부 소속 리준평을 맡았다.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이병헌을 서울 중구의 모처에서 만났다.

배우 하정우가 “같이 하자”고 전화

“연기 잘하고 있는지 늘 돌아보려 해”

이병헌은 이번 작품을 “새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화산 폭발이라는 재난 상황이 기본 설정인 만큼 많은 부분을 ‘상상 연기’에 의존해서다. 그는 “액션과 리액션의 조화가 가장 중요했다”며 “3D로 그린 가상 그림을 먼저 보고 이에 맞춘 연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화산 폭발로 인한 지진 발생 시 사람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고민했다. 타이밍이 중요해서 동료들과 연기 합을 맞추는 게 상당히 중요했다”고 말했다. “백두산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은 허허벌판에서 했는데 완성된 영화에 웅장하게 서 있더라고요. 너무 놀랐죠. 저도 처음 보는 장면들이 꽤 있어서 관객 입장에서 감탄하며 봤어요.”

재난 영화라는 외피를 두른 ‘백두산’은 분단을 넘어 두 사나이의 ‘진한 우정’을 그 안에 담았다. 이병헌은 극 중 폭발물 처리반 대위 ‘조인창’ 역의 하정우와 찰떡 호흡을 보여준다. 정반대 성격인 두 캐릭터가 함께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은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이병헌은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도 하정우 영향이 크다.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하던 차에 하정우에게 ‘같이 해보자’는 전화가 와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친분이 작품에 녹아든 덕분일까. 이들은 진지와 유머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극에 생기를 부여한다.

눈에 띄는 장면도 있다. 영화 ‘아저씨’의 배우 원빈을 떠올리게 하는 이병헌 표 ‘셀프 이발’ 신이다. 영화에서 리준평은 능숙하게 자신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다듬는데,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병헌은 “촬영 전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어 헤어 디자이너 친구에게 가위질을 배웠다”며 “막상 촬영할 때 미용 가위가 아닌 큰 가위로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려고 하니 겁이 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내년 데뷔 30년을 맞는 이병헌은 “연기를 잘하고 있는지 늘 의심하는 편”이라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 톤과 대중이 바라는 정도에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단다. 그는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잘하고 있는지 늘 돌아보려고 한다”며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유정 기자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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