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는데 우산 뺏은 ‘얄미운 이웃’ 지역은행…동아탱커 배 억류 놓고 시끌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아탱커 소속 메티스호. 인수합병 협상 막바지에 국내 채권단에 의한 억류 사태가 불거져 파산과 인수합병의 갈림길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부산일보DB 동아탱커 소속 메티스호. 인수합병 협상 막바지에 국내 채권단에 의한 억류 사태가 불거져 파산과 인수합병의 갈림길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부산일보DB

부산의 대표적 선사인 동아탱커 소속 자동차운반선 ‘동아 메티스호’(6700CEU급. 1CEU는 차량 1대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가 지난 20일 영국 사우샘프턴항에서 억류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권리를 행사한 펀드에 부산은행이 투자자로 가입돼 있어 해운업계 일각에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운산업에 기여해야 할 부산은행이 왜?”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동아탱커는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난 19일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관사 EY한영이 동아탱커 인수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상황이다.


법정관리 후 회생 위해 구슬땀

M&A 마지막 절차 진행 중

영국서 투자 펀드가 권리 행사

용선료 등 하루 7000만 원 손실

억류 못 풀면 청산 내몰릴 위기


SM그룹은 인수금액으로 58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매각이 한창 진척되는 상황에서 동아 메티스호 억류 소식이 전해지자 동아탱커에선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동아탱커 한 관계자는 “회생절차를 밟는 중이고 M&A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상황에서, 다른 투자자도 아니고 어떻게 본사 소재 지역 은행인 부산은행이 투자한 펀드가 선박을 억류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펀드 운용사는 멀티에셋이며, 동아 메티스 펀드에는 지난해 4월 산업은행이 158억여 원, BNK가 169억여 원을 투자했다. 또 이와 별도로 1순위 채권자인 수출입은행도 같은 시기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경우 동아탱커 M&A를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억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동아탱커 처리방안을 두고 그간 채권단 내에서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간 갈등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번에 억류라는 형태로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복잡하다.

부산은행은 동아 메티스호의 후순위 채권자이며, 보증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으로부터 신규 보증을 해 주겠다는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불안감을 느낀 부산은행이 멀티에셋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선박 억류로 동아탱커는 현대글로비스로부터 받을 용선료(하루 1만 8500달러 내외)를 못 받는 것은 물론 선박 관리비(하루 6500달러), 부두사용료를 비롯한 현지 억류비용 (하루 4만 달러) 등 우리 돈 7000여 만 원의 손실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의 동아탱커가 억류를 풀지 못하면 결국 청산으로 내몰리게 된다.


음모론도 있다. 동아탱커가 소유한 3척의 자동차운반선 동아 메티스호, 현대 글라우코스( 7568 CEU)호, 현대 카운테스(6340 CEU)호는 2010~2011년 건조돼 선령이 짧은 새 선박으로 인기가 높다. 업계에서 “모 선사가 3척 모두를 매입하려고 채권단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퍼져 있다.

부산 최대 선사인 동아탱커는 4월 2일 회생을 신청했다. 이에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은 나용선계약(BHCHP)으로 담보권을 가지고 있는 선박 12척 회수를 시도했다. 그러자 동아탱커는 5월 중순 해외 SPC에 대해 회생신청을 했고,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