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 우리 사회 위태로운 징후 예리하게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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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샘이 깊은 요양원’ ‘사자사냥’ ‘투게더’ ‘빛 터지는 밤’ ‘고백’ ‘사리’ ‘서쪽하늘’ ‘울트라맨이야’ ‘앨리스 증후군’ 모두 아홉 편이었다. 이 중에서 이야기구조가 탄탄하면서 안정감 있게 주제에 도달하는 네 편을 남겼다.

‘사리’는 부자간의 갈등을 다루는데 과거와 현재의 기계적 교차와 소재의 해석이 평범했다. ‘서쪽하늘’은 요양병원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면서 노인문제에 경력단절까지 다루지만 일지형식의 순차적 진행이 소설적 긴장감을 방해하고 있다.

‘울트라맨이야’는 청년세계를 그린 응모작들 중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작품이다. 자살에까지 내몰린 공시생의 의식을 현란하고도 치밀하게 펼치는데 그 속에 재현되는 여러 잔상들의 실감도 만만찮다. 하지만 환영과 파편화된 의식으로 현실을 제대로 진단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앨리스 증후군’은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는 젊은 주부와 그 가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주인공에게 양육과 가사는 노동의 강도만 따지는 현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가난은 찬 바람처럼 문틈으로 스며든다.

심사위원 김성종·조갑상·정영선·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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