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헛되지 않게” 경마기수노조 설립 추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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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 차려진 경마기수 고(故) 문중원 씨의 시민분향소 앞에서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가운데) 씨가 한국마사회의 제대로 된 공공기관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 차려진 경마기수 고(故) 문중원 씨의 시민분향소 앞에서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가운데) 씨가 한국마사회의 제대로 된 공공기관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세상을 등진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들이 처음으로 경마기수노조 설립을 추진한다. 지난해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이어진 만큼 기수들도 노조를 결성해 경마산업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고 문중원 동료 기수들 주축

19명 참가 8일 노조 창립총회

특수고용직 신분 한계 딛고

경마산업 부조리·불합리 대응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은 8일 낮 12시께 부산경남경마공원 숙소 3층 기수휴게실에서 경마기수노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34명 중 19명이 참가했고, 노조 창립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선출했다. 이어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한 뒤 향후 노조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경마기수노조 추진은 그동안 기수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기수들은 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등이 없어 부당함을 겪어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사 결과 전국 렛츠런파크 경마공원 소속 기수 75명 중 58.6%가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경기 출전 기회가 적은 기수들의 생계 위협 등 열악한 처우도 오랜 문제였다. 기수들이 특수고용직과 유사한 신분이다 보니, 제대로 된 산재 처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노조 설립 추진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기수들은 단체 목소리를 내기 위한 움직임을 고민해 왔다. 문 기수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생겨 노조 설립 추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경마기수노조 설립이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사실상 한국마사회 영향 아래 있는 기수들도 노조를 결성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한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도 널리 인정되는 분위기다. 법적 검토를 통해 기수 노조 설립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마기수 노조 창립총회 시작 전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 측의 충돌도 있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측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창립총회에 참석하려는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등을 마사회법을 근거로 출입을 막았다. 노조 측은 노조 사무실 출입은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충돌은 상당기간 지속됐으나, 부산경남경마공원 측은 더불어민주당 윤준호(부산 해운대구 을) 의원이 낮 12시께 창립총회가 열리는 건물에 도착한 뒤에야 출입을 허용했다. 앞서 윤 의원은 부산경남경마공원 본부장을 만나 문 기수의 유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고, 창립총회 전 기수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 앞에서 한국마사회의 제대로 된 공공기관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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