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세금 때문에 해체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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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의 세계사 / 오무라 오지로

영국의 4인조 록그룹 비틀스는 막대한 수입으로 인한 세금 문제로 괴로워했다. 1964년 2월 9일 미국 뉴욕의 CBS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해 공연하는 비틀스. 부산일보DB 영국의 4인조 록그룹 비틀스는 막대한 수입으로 인한 세금 문제로 괴로워했다. 1964년 2월 9일 미국 뉴욕의 CBS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해 공연하는 비틀스. 부산일보DB

‘비틀스 해체 원인은 세금이었다?’ 흥미로운 제목에 시선이 꽂혔다. 비틀스는 20세기 최대 뮤지션이자 음악을 거대한 비즈니스로 바꾼 영국의 세계적인 록그룹. 인기 절정의 이 그룹이 고작 8년 만에 해체한 데는 세금과 크게 관련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탈세가 미친 영향들 고찰

무장봉기·혁명·국가 붕괴…

대부분 세금제도 허점과 연관

데뷔 3년 차인 1965년 비틀스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400만 달러, 조지 해리슨과 링고스타는 300만 달러의 자산을 갖게 됐다. 당시 노동당 정권 하에서 영국 정부는 비틀스와 같은 고액소득자에게 80% 이상의 소득세를 부과했다. 부가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90% 이상이 과세되었다. 세금 때문에 힘들어서였을까. 비틀스의 앨범 ‘리볼버(Revolver)’에 수록된 ‘Taxman’은 영국의 높은 세금을 내용으로 다룬 곡이다.

비틀스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애플사를 설립했다. 그들은 이 회사에서 음악, 영상, 미술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세계 예술의 첨단을 이끌 꿈을 꾸었다. 또 사이키델릭 룩, 잡화 등을 모은 ‘애플 부티크’도 개점해 상업적인 혁명을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애플사에는 전문 경영인과 회계 전문가가 없었다. 방만한 경영으로 애플사는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비틀스는 애플사 설립 후 불과 2년 만에 해체했다. 이들의 절세 대책 실패는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1960년대 이후 영국의 뮤지션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자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롤링 스톤즈는 1970년대에 영국의 높은 세금을 피하고자 프랑스로 이주했다.


일본 전 국세조사관인 저자는 〈탈세의 세계사〉에서 세금이 예술가 등 인류와 국가,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는 지난 4000년간 탈세가 국가의 흥망과 역사적 사건의 고비마다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고찰한다.

역사적으로 탈세가 만연한 사회에는 큰 변동이 일어났다. 무장봉기, 혁명, 국가 분열, 국가 붕괴는 대부분 탈세와 세금 제도의 허점과 얽혀 있었다. 로마제국 붕괴, 미국의 독립전쟁, 중국의 진한(秦漢) 교체기 등 역사 전환기에는 대규모 탈세와 세제 시스템의 문제가 있었다. 저자는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걷으려다 보면 서민은 피폐해지고 부자는 탈세에 안간힘을 쓴다”며 “그런 필사적인 탈세가 역사를 움직여 국가와 제국을 멸망의 위기로 몰아갔다”고 말한다.

기원전 221년 중국 영토를 처음 통일해 진(秦)나라를 세운 진시황을 고민에 빠뜨리게 한 것도 과도한 탈세였다. 진시황은 모양과 가치를 통일시킨 법정화폐인 ‘반량전’을 주조하고 백성들에게 강제적으로 이를 사용하게 했다. 타국의 화폐를 들여오거나 사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당시 아직 화폐의 질이 좋지 않아 위조해도 들키지 않았고, 고도의 금속가공 기술 발달로 민간에서도 위조화폐를 만드는 자가 많았다. 한(漢)나라 때도 탈세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금이 생각만큼 잘 거둬지지 않자 한무제(漢武帝)는 기원전 117년 서민들에게 밀고를 장려했다. 상인이 재산을 속이고 신고한 경우를 밀고하면, 그 상인이 가진 재산 절반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밀고 장려로 한나라는 많은 토지와 재산을 귀속했다.

탈세로 국가가 붕괴한 사례는 로마 제국 등 서양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로마 황제들은 징세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어렵게 되자 악화(惡貨) 주조를 했다. 금은의 함유량을 줄인 화폐를 만들어 이전과 같은 가치로 유통한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로마 제국을 뒤흔들었다. 스페인 몰락과 프랑스 혁명 이면에도 부자들의 세금 회피와 서민 증세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일본이 양극화 사회가 된 것은 간접세로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소비세 도입 탓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소비세 중심의 세금 시스템을 폐지하고 부유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무라 오지로 지음/진효미 옮김/더봄/272쪽/1만 7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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