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르네상스 10년, 행정구역보다 생활권으로 접근하라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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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색채마을의 현란한 벽화. 정현일 제공 부산 중구 색채마을의 현란한 벽화. 정현일 제공

1944년 부산은 인구 27여만 명의 작은 도시였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면서 귀환 동포들이 부산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부산은 인구 100만 명의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사람들을 품어준 보금자리는 산지였다. 이처럼 부산의 산동네는 귀환 동포, 피란민, 이촌향도민들에게 삶을 재건하는 공간이었다. 부산의 산동네는 산 중턱을 깎아 대중버스 노선이 다니는 산복도로를 갖고 있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 출간

부산 산복도로 역사를 보면 1964년 불량주택 재개발 사업 중 하나로 초량 산복도로가 처음 개통됐다. 1980년대 말까지 원도심을 기반으로 망양로(범일·좌천·수정·초량 등 동구 지역과 영주·대신 등 중·서구 지역까지 연결), 영도산복도로, 해돋이로(남부민, 아미동에 걸친 산복도로)가 개통돼 산 위 동네와 산 아래 도심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가 시민총서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을 펴냈다. ‘대안사회를위한 일상생활연구소’ 회원들이 필자로 참여해 여러 차례 현지 조사와 주민계획가, 활동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 산복도로의 변화와 현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필자들은 김희재·신지은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이동일(대안사회를위한 일상생활연구소), 정현일(부산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최원석 부산대 행정학과 강사다.

저자들은 망양로, 영도산복도로, 해돋이로를 대상으로 2011년부터 10개년 사업(사업비 총 1500억 원)으로 추진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산복도로 일원 주거지역의 역사·문화·자연경관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한 주민 주도 마을 종합재생 프로젝트. 저자들은 공간·생활·문화재생을 통해 산복도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 도시재생 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미래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보여준다.

김희재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론격인 1장 ‘산복도로와 산복도로 르네상스’에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2017년을 기준으로 산복도로에 주민 거점시설 55개소가 설치돼 마을 공동체 경제활동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매년 일자리 212개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비즈니스·커뮤니티·문화·복지 프로그램도 시행돼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본다.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핵심은 사라져가는 이웃과 관계성을 회복하고 생활 친화적인 개발을 하는 데 있다. 8~9년에 걸쳐 이뤄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소외 지역에 생활기반시설, 공동이용시설 등 시설 확충과 주민 거점시설 설치를 통한 마을 활력 회복, 공동체 경제활동 기반 마련이란 최소한의 투자다. 물론 문제점도 있었다. 구축한 인프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되지 못해 방치되거나 마을 성원 간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들은 6장 ‘산복도로 르네상스, 무엇을 바꾸었나?’에서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모범 사례인 아미동협동조합의 기찻집예술체험장 운영처럼 지자체 지원, 마을활동가 지원, 주민 관심의 성공적인 결합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문화재생 시설과 콘텐츠의 일관성 확보, 체험형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들은 “산복도로의 내일은 주민 삶을 개선하는데 다시 초점을 맞추고 행정구역이 아닌 생활권 중심으로 구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neato@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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