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토건의 공과(功過)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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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선 부동산팀장

그의 변신은 유쾌했다. MC(프로그램 진행자), 개그맨 정도로 알던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라니. 어설픈 느낌이 외려 신선했다. ‘합정역 5번 출구’와 함께 선보인 노래가 ‘사랑의 재개발’이다. “모조리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머리부터 발끝까지/모조리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나비 하나 날지 않던 나의 가슴에/재개발해 주세요~.” 중독성 강한 가사와 멜로디였다.

문 대통령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안 져”

부정적 시각 불구 건설·부동산 기능 중요

부산대개조 프로젝트, 민·관 힘 결집해야

직업병일까. 이 노래에서 필자가 달리 주목한 것은 ‘재개발’이었다. 노래에서의 느낌은 긍정적이다. 봄에 논밭을 싹 갈아엎는 농부의 쟁기질처럼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적어도 요즘 행정의 영역에서는 ‘모조리 싹 다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꺼린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소규모 개발, 재생 따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도시재생뉴딜이다.

지난해 9월 26일 부산시는 부산건축선언을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무분별한 개발과 획일적인 건축 디자인을 반성하면서 사람 중심 도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물류 중심의 ‘개발과 확장’에서 탈피, 시민 중심의 ‘관리와 공유’를 지향하겠다고 다짐했다. 배경으로 꼽은 것이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인데, 역시 바탕에 기존 건축·건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현 정부 들어 건설·부동산 업계는 많이 움츠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국민과의대화에서 “성장률과 관련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부양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뒤 나온 것이 ‘12·16 부동산 대책’이다. 지난 8일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가 완화할지도 모른다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정부의 2020년 경제정책운용방안을 보면 건설 부문에서 2.4%의 감소를 예상했다. 토목 분야의 보완에도 불구하고 주택건설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7%(200만 명)가 건설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부산의 경우, 하도급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월 1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정책적 환경에서는 민간, 특히 주택 부문에서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SOC(사회간접자본) 등의 공공투자를 더 늘려야 하는 이유다. 우리 경제는 베트남, 중동, 중국 특수를 발판 삼아 성장했다. 일부는 북한 특수를 기대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한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달 23일 부산시가 부산대개조 10대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딱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흩어져 있던 주요 사업을 ‘대개조’라는 이름으로 엮은 정도였다. 어쨌든 부산시는 이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으로 부산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 주력산업 침체, 도시의 급격한 쇠락 등을 꼽았다. 냉정한 진단이다.

좀 길지만 10대 프로젝트를 짚어보자. 북항통합개발과 원도심 재생, 경부선 철도 지하화, 에코델타시티 조성,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단 조성, 사상 스마트시티 조성, 동삼혁신지구와 연계한 영도 부스트 벨트, 동남권 관문공항, 2030월드엑스포 개최,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 부산시는 이 사업들의 키워드로 연결, 혁신, 균형을 내세웠다.

10가지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건설·부동산 분야다. 환경단체는 지난 9일 부산대개조를 토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건설·부동산도 엄연히 중요한 기능이다. 부산건축선언을 했던 부산시가 모순돼 보이는 부산대개조 프로젝트를 내놓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개발과 보존의 절충은 행정의 숙명이다.

새해를 닷새 앞두고 서면 호텔에서 ‘부산건설인의 밤’이 열렸다. 부산건설협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250명 남짓 건설인이 모였다. 이 행사가 열린 것은 8년 만이다. 박만일 회장이 밝힌 재개 배경은 이랬다. “경기가 어려운데 흥청망청해서야 되겠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럴수록 서로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어깨도 펴야 안 되겠습니까.” 이 자리에는 오거돈 부산시장도 왔다. 공공성도 필요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토건의 공과는 냉정히 평가하되, 그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새해 부산이 어깨를 펴게 민·관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더불어 건설·부동산 업계의 변신도 기대해본다. 뽕짝 가수 유재석처럼. msk@busan.com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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