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MF 외환 위기와 대학의 학생 미충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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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석 동의과학대 입학홍보처장 전기과 교수

필자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구한 시기는 1997년 9월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운 좋게 IMF(국제 통화 기구) 외환 위기 2달 전에 직장을 구한 셈이다. IMF 외환 위기는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많은 실직자가 생겼고, 그해에 대학을 졸업하는 이는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일자리에 취업해야 했으며, 결혼 적령기의 청춘 남녀는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 시기의 결혼 기피 현상과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는 지금 우리나라 사회의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3년에는 대학 정원이 56만, 2023년에는 고교졸업자 수가 40만이라는 이미 예상된 통계 수치는 교육부가 대학의 정원을 강제로 조정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했다. 각 대학의 역량을 평가한 후 0~10%까지 입학정원을 강제적으로 감축하도록 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각 대학이 스스로 정원을 조절하도록 시장논리에 맡기는 방향으로 대학의 정원 정책이 바뀌었다. 정부차원의 대학 정원조정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은 일반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학의 정원도 줄이지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대학은 어떻게든 신입생 충원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전문대학도 대학 재정을 이유로 정원을 축소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2020학년도 전국 전문대학의 신입생 정원은 2019학년도에 비해 1888명만 줄어든 16만 546명을 모집하고 있다. 약 1.16% 감축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학생들의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쏠림 현상과 일반대학으로의 진학 희망은 지방 전문대학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 축소로 전문대학과 고등학교 졸업생이 취업하는 일자리에 일반대학 졸업생이 취업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전문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전문대학을 마치고도 고교 졸업생이 취업하는 일자리에 취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국가적으로 교육의 낭비 및 지역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뿐 아니라 고교, 특히 특성화고의 신입생 모집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 지역의 특성화고에서도 신입생을 다 채우지 못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고교입학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기관의 신입생 모집은 이미 단위별 교육기관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국가적인 대책과 해결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도 각 대학이 잘하는 분야, 즉 특성화 학과를 위주로 학과를 개편하고 학과의 정원을 줄이는 등의 자구책을 스스로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대학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문대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원 감축과 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해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정원감축도 한계가 있다. 이제는 축소의 문제가 아니라 존폐의 문제가 된 것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축소되는 사회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사태는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최소 3~4년간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은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치열한 입시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앞으로 몇 년 후 신입생 규모에 상관없이 어떤 대학이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다. IMF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던 기업들처럼 대학들이 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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