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3년 초등학교’가 막아 선 5300세대 재개발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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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세대 규모의 부산 동래구 복산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초등학교 이전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재개발 구역 한가운데에 위치한 내성초등학교. 김경현 기자 view@ 5300세대 규모의 부산 동래구 복산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초등학교 이전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재개발 구역 한가운데에 위치한 내성초등학교. 김경현 기자 view@

5300세대 규모의 부산지역 한 재개발 사업이 구역 한가운데 있는 초등학교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일조 등을 감안할 때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자 조합은 아예 학교를 근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교육환경보호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재개발조합이 기존 학교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열린 2019년 제12차 부산시교육환경보호위원회 회의에서 안건 3건을 심의했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동래구 복천동 내성초등학교 대체 부지 관련 안건. 신청인은 복산 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조합장 이일호·이하 조합)이었다. 대체 부지는 조합 측에서 제시한 것이다.


복산1 조합, 내성초등 이전 추진

市교육환경보호위 심의서 ‘부결’

“이의신청, 이전 안 되면 사업 불가”


교육청 “교육 조건 좋으면 가능

재개발에 쫓겨나는 것은 안 돼”


심의 요지는 재개발 구역 한가운데 있는 내성초등학교(1만 5273㎡)가 옮겨갈 부지의 타당성 평가였다. 대체 부지는 동래구 복천동 123-1번지 일원(1만 7511㎡)이다. 원래 자리에서 서쪽 직선으로 150m 정도 거리다. 조합에서는 350억 원을 들여 학교를 새로 지어 교육청에 기부채납할 계획이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참석자 11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안건을 부결했다. 위원들은 △통학 안전 △원거리 통학 △근처 명륜초등학교와의 학생 배치 어려움 △근처 종교시설 소음 △경사도 등을 부결 이유로 꼽았다. 내성초등학교는 1907년에 설립돼 113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14학급, 238명이 재학 중이다.

2017년 교육환경보호제도가 도입된 이래 재개발 조합의 신청으로 학교 이전을 전제로 새 학교에 대해 심의가 이뤄진 경우는 처음이다. 교육 당국은 현재 위치가 최선이지만, 학교를 옮기는 것 자체가 원천불가하다는 입장은 아니다. 부산시교육청 전영근 교육국장은 “(교육적)조건만 좋다면 학교 이전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다만 재개발 탓에 학교가 쫓겨나는 모양새가 되거나, 교육환경이 악화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복산 1구역 재개발 사업은 부산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넓다. 조합은 이 일대를 2026년까지 지하 4층 지상 최대 45층 71동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총 5362세대, 구역 면적이 39만 9868㎡(12만 1100평)에 달한다. 2008년 1월 30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그 해 7월 조합 설립 인가가 났다. 2015년 9월 시공사로 GS건설이 선정됐다.

조합 측에서 굳이 학교를 이전하려는 것은 사업성 때문이다. 학교를 옮기지 않고는 일조권 등으로 인해 재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에서는 학교를 옮길 경우 통학 안전이 좋아지고, 단지 동쪽 끝으로는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아 학생 통학 거리가 우려만큼 멀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인근 명륜초등학교는 과밀하고, 내성초등학교는 과소인 만큼 학생 수용 조절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조합은 17일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다. 결과는 30일 뒤인 다음 달 하순 나올 예정이다. 이일호 조합장은 “현재 이미 사업성의 임계점에 와 있다”며 “학교를 옮기는 것이 학교도 살고, 재개발도 사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17년 2월 시행된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담장) 200m 이내에서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교육환경보호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학교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포함된다. 이 법을 적용받는 학교는 부산에 1080곳이 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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