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 전망대 '제2 남산타워’로 동서 관광 장벽 허물까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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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정상에 전망타워와 첫 관광 교통형 케이블카를 설치해 황령산을 재생공간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황령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서면 전경. 강선배 기자 ksun@ 황령산 정상에 전망타워와 첫 관광 교통형 케이블카를 설치해 황령산을 재생공간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황령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서면 전경.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 명산인 황령산 정상에 랜드마크 전망타워가 조성되면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 관광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에 따르는 환경 훼손 논란과 함께 비슷한 방식으로 민자 개발을 추진했다가 장기간 ‘흉물’로 방치돼 있는 ‘스노우캐슬 트라우마’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사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심 조망 천혜 입지 갖췄지만

연간 방문객 수 88만 명 그쳐

입지 비슷한 서울 남산 10% 수준

부산관광 새로운 먹거리 ‘기대감’

환경훼손 논란·교통난 해소 관건


■천혜 입지에도 ‘동서 장벽’ 전락

민자 사업으로 전망대 조성이 추진되는 황령산은 부산의 중심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부산의 도심 야경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입지를 갖췄다. 부산 관광의 양대 거점인 원도심, 서면과 광안리, 해운대 등 동-서부산 관광축을 잇는 중심에 위치해 양 방면으로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에 부산시도 황령산을 자원관광화하겠다는 방침 아래 황령산타워 건립 계획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시는 부산 아시안게임 개최 후 포스트아시아드 사업의 하나로 2004년 ‘아시아드 타워 개발’을 발표했다. 또 2012년에는 황령산 정상에 대규모 케이블카와 전망타워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황령산 종합관광개발계획’을 마련해 민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 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 등의 반발과 함께 자금력을 갖춘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2015년 시 주도로 소규모 전망덱(deck)과 쉼터 등을 설치하는 데 그쳤고, 현재는 사업이 장기 표류 상태다.

부산 도심의 핵심 관광 거점으로서 잠재력을 갖춘 황령산은 연간 방문객 수가 88만 명에 불과할 만큼, 부산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낮은 실정이다. 반면 비슷한 입지를 갖춘 서울 남산의 경우 서울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타워전망대와 케이블카 등 관광자원과 연계해 한해 1052만 명의 내·외국인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부산 관광의 가장 큰 맹점은 남산타워와 같은 ‘관광 허브’가 없다 보니 곳곳에 산재해 있는 관광명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부산 관광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할 황령산이 현재는 오히려 동-서부산 관광축을 단절시키는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인데, 황령산이 관광명소로 탈바꿈하면 세계 유명 관광도시들이 주력하고 있는 다양한 테마의 관광루트 개발도 용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문화체육부가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 해소를 위해 국·시비 등 1000억 원을 투자하는 ‘지역 국제관광거점도시’ 사업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국가사업으로 지정된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머물러 즐길 수 있는 관광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황령산 정상에 추진되는 전망대 투시도. 대원플러스건설 제공 황령산 정상에 추진되는 전망대 투시도. 대원플러스건설 제공

■환경 파괴 논란 불식시킬까

민간 사업자인 대원플러스건설에 따르면 이번 황령산 관광자원 개발 사업은 황령산 정상 일원에 부산 관광의 새 랜드마크가 될 전망대를 세우고,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상부 관광센터를 잇는 국내 최초 관광교통형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황령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꼽히는 송신탑 인근에 건립되는 전망대는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하부 전망시설과 82m 높이의 봉수대(전망타워)로 구성된다. 하부시설을 더한 전체 건축물 높이는 105m로, 황령산의 해발고도를 합하면 타워 정상의 해발고도는 493.6m에 달해 남산타워(479.7m)보다 높다. 상부 전망타워는 황령산 봉수대의 역사문화유산으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켜 360도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한 전망대로서의 역할과 함께 부산 도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부 시설은 테라스와 마이스 시설, 다목적 복합문화전시공간, 체험관, 갤러리, 카페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망대 설계에는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건축가로 꼽히는 승효상 씨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 방면의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전망대를 잇는 국내 최초 관광교통형 케이블카도 도입될 예정이다. 전체 구간 길이는 539m로, 총 길이 1.62km에 이르는 송도해상케이블카에 비하면 다소 짧고, 남산케이블카(605m)와 비슷한 규모다. 동·서부산과 황령산 전망대를 하나의 연결축으로 형성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 측은 도시관광유산인 독일의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나 브라질의 슈거로퍼산 케이블카에 버금가는 관광자원으로 특화시켜 전포동 산복도로와 물만골, 황령산 터널 인근의 도시재생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관건은 개발에 따르는 환경 훼손 논란과 관광객 유입에 따른 교통문제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사업 부지가 현재는 ‘황령산유원지’에 포함돼 있어 도시계획 변경 절차 없이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7월이면 공원일몰제 적용을 받아 기존 도시계획이 풀리기 때문에 새로 도시관리계획을 검토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대원플러스건설 관계자는 “재생을 테마로 한 건축과 황령산 숲에 순응하는 조경으로 식생 교란을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로 환경 훼손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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