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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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보건복지대 학장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아시나요? ‘가정폭력특별법’이나 ‘성폭력특별법’은 아는데 이 법은 또 무엇이냐고요? 아니면 어떤 법이든 법 자체는 골치 아프니 그냥 넘어가자고요? 아닙니다. 법은 알수록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존재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법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도록 합시다.

데이트 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포함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구체 명시

약자에 대한 폭력 없애는 토대 되길 기원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제정되어 2019년 12월 25일 시행된 ‘크리스마스 선물법’ 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시행되어 그냥 제가 그렇게 명명했습니다. 이 법은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추진을 통하여 모든 사람이 공공 및 사적영역에서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폭력 없는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등을 위하여 필요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재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의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으로 정의하여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폭력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기존의 여성 관련 폭력 3법, 즉,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처벌과 보호 관련 법률’에서 빠져 있던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등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지원에 대한 법적 대책이 구체화되었습니다.

특히 이 법에는 피해자의 권리조항이 들어 있는데 피해자는 첫째, 여성폭력 피해로부터 구제·보호·회복 및 자립·자활을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 둘째, 성별·연령·장애·이주 배경 등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 셋째,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2차 피해란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 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나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 사용자로부터 받는 불이익 등으로 피해 여성이 신고에서 회복에 이르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여 더 이상 문제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만든 점입니다.

물론 이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는 데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중 가장 큰 반발은 여성폭력의 정의가 ‘성별에 기반한 폭력’에서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수정되어 마치 모든 남성을 폭력의 잠정적 가해자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남성을 제외했고 신고당한 남성은 바로 유죄가 되므로 이를 악용하는 여성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끔 언론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는 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이 법이 아직은 기본법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바람직한 쪽으로 수정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물론 이 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왜 이 법이 제정되었는지, 어떤 점에서 부족한 면이 있는지, 그리고 보다 나은 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저 역시 법은 크게 저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성 관련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다 보니 법은 어쩌면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사람들의 인식을 가장 빠르고 원만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 정도로 인식하였으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폭력’으로 보기도 합니다. 심지어 신체적 구타가 아닌 정서적 괴롭힘도 ‘폭력’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단순하게 폭력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나아가서는 연령이나 인종, 장애 유무, 지위 등 어떤 형태로든 약자에 대한 폭력을 없애는 데 토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래야만 이 법이 진정한 ‘크리스마스 선물법’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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