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칼럼] 한국 정치와 신종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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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은 물론 유럽과 북·남미 등으로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이 때문에 각종 스포츠와 공연 일정이 연기될지 몰라 관계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무역이 위축되고, 원유 생산과 수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마저 타격을 받게 됐다. 인류가 아직도 전염병에는 나약한 존재라는 무력감이 앞선다. 실제 병원체로 인한 대재앙이 중세 유럽의 흑사병같이 아득한 옛일이 아니라는 주장과 예측이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종 코로나, 세계 떨게 하지만

 숙주 없으면 생존 못 하는 존재

 돌연변이와 창궐로 인류 위협

 

 정책 대신 반대와 말싸움으로

 연명하는 한국 정당도 닮은 꼴

 현명한 총선 투표란 백신 절실

 

그 가운데 유명한 게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의 예언이다. 빌 게이츠는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 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2017년 독일에서 열린 ‘뮌헨 안보 콘퍼런스’에서 “자연적인 이유에서 발생한 전염병이든, 아니면 테러리스트가 조작한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든 (수백만 명이 아닌) 수억 명을 죽일 수 있다. 아마도 10억 명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도대체 바이러스가 무엇이길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는 현대 의료기술도 그 앞에선 이토록 무력한가. 이 존재는 생물이라고 부르기에 곤란할 만큼 불완전한 구조로 되어 있다.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핵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이 전부이다. 홀로 살아갈 수도 없어, 반드시 살아 있는 생물체 세포를 숙주로 삼아야만 번식할 수 있다. 식물, 동물은 물론 심지어 세균에게까지 침투해 기생하며 개체를 늘려 간다. 몸 구조가 이처럼 부실하기에 더 집요하게 번식하는 방법을 터득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근거가 숙주에 한 번 침투하면 기세 좋게 한꺼번에 대량으로 증식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변 환경에 따라 빨리 변이하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치료 약을 개발해도 뒷북치기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예방에 치중하는 것도, 바이러스의 위력을 말해 주는 증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바이러스 정체를 파악하다 보니 요즈음 우리나라 정치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일견 비약이 심한 비유라는 생각도 들지만, 되씹어 보니 흡사하다는 느낌이 더 확실해진다. 한국 정치를 양분 중인 두 정당이 상대방을 숙주 삼아 생명을 연장하고 있기에 그렇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온갖 실정(失政)에도 분에 넘치는 ‘야당 복’으로 겨우 버텨 나간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오십보백보이다. 여당에 생채기를 내 그곳에서 배어 나오는 양분에 의지하는 신세에 가깝다. 이들은 스스로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고상한 이념을 지닌 정치 단체처럼 보이려 하지만, 국민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정치 결사의 지향점은 그 구성원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계층과 계급이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회학자의 말이 굳이 아니더라도 이는 상식에 속한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부류의 아픔을 좀처럼 알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한다. 직업, 나이, 성비는 물론이고 소수자까지 골고루 대변하는 게 핵심이다. 하나, 우리나라 국회는 법조인, 기업인, 의료인 등이 절반에 가깝다. 국민 중 소수에 불과한 직업이 과대 대표됐다는 증거이다. 국회의 경제적 대표성이나 사회적 대표성도 비슷하다. 한마디로 경쟁 승자인 엘리트들과 부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의미이다. 이러니 ‘법조 국회’나 ‘생쥐 나라의 고양이 국회’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거대 정당들이 이처럼 불완전 체이다 보니 앞으로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킬지 종잡을 수 없다. 뚜렷한 이념을 갖고 있지 않으니, 그때그때 변화에 따라 모양을 급조하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을 두고 벌어진 정치권의 태도가 그랬다. 여권은 애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형편없이 찌그러뜨렸다. 한국당은 그 허점을 파고들면서 ‘꼼수· 묘수’ 논란을 일으켰다. 번식 속도와 범위도 온라인 여론전이 가세하면서 더 빠르고 넓어졌다.

중국 당국의 고질인 언론 통제와 관료주의가 신종 코로나 창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감염자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한국의 정치 바이러스도 다르지 않다. 이미 널리 퍼져 버려 극심한 국민 분열을 낳아 버렸다. 하지만 그냥 두면 국민 고통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2022년 대선 전에 어떤 비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서둘러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나서야 한다. 늦었다고 포기할 일이 아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속 우화인 ‘붉은 여왕의 역설’을 명심하자. 죽도록 뛰어야 현재라도 유지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4월 총선의 올바른 선택 한 표가 바로 그러한 행위이다.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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