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7살 ‘원북원부산’의 변신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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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문화부 문학종교팀장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단지 자신의 삶만 살아가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아주 많은 삶을 살 수 있다.”

‘원북원부산(One Book One Busan)’ 10년을 기념해 2014년 출간된 독서 에세이집 〈책을 담다〉에서 접한 이탈리아 철학자·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1932~2016)의 말이다. ‘원북원부산’의 취지를 생각하면 곱씹을수록 여운이 짙은 말이다.

일반·청소년·어린이로 독서 대상 나눠

기존 1권서 3권 뽑는 방식으로 변화


올해 사업 예산 늘고 릴레이 도서 확대

모두가 ‘책의 바다’ 즐겁게 유영했으면

‘원북원부산’은 ‘책 읽는 도시 부산’을 목표로 2004년 출범한 범시민 독서생활화운동이다. 출범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부산일보사가 ‘원북원부산’을 공동 주최했으며 현재 부산의 41개 공공도서관(분관 포함)이 공동 주관하고 있다. 부산일보사는 올해부터 주최 측에서 후원사로 바뀌었다.

지난 17년간 시민과 함께해 온 ‘원북’은 〈괭이부리말 아이들〉(2004), 〈사람 풍경〉(2005),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2007),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008), 〈엄마를 부탁해〉(2009), 〈산동네 공부방〉(2010), 〈책만 보는 바보〉(2011),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2012), 〈가족의 두 얼굴〉(2013),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2014), 〈금정산을 보냈다〉(2015), 〈비숲〉(2016), 〈여행하는 인간〉(2017), 〈아몬드〉(2018), 〈어디서 살 것인가〉(2019)이다. 부산 시민들이 해마다 투표에 참여해 가장 읽을 만한 원북(한 권의 책)으로 선정한 목록이다.

원북이 선정되면 작가 강연, 원북 독서 릴레이, 독후감 공모, 연합독서토론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은 원북으로 선정된 책들을 읽고 토론할 수 있었다.

물론 원북만으로 독서층이 다양한 부산에서 독서생활화 운동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다. 그 대안으로 독서 대상별로 원북을 선정하거나, 전국 출판사와 부산 출판사가 출간한 책으로 이분화해 각각 원북을 선정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열린 부산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원북원부산 도서 영역별 선정 등 변화 필요’(전봉민 시의원), ‘원북원부산 서버도서로 어린이 도서 선정 요구’(이순영 시의원) 등이 지적됐다. 2018년 열린 원북 심포지엄 원북동아리 주제 발표에서도 어린이 도서 선정 요청이 있었다.

그 뒤 원북 선정 방식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6월 열린 공공도서관장 회의에서 원북 선정 개선 방안이 검토됐고 이어 7월 열린 원북임시운영위원회에서는 독서 대상별 원북 선정, 예산 증액 등으로 의견이 모였다. 지난해 9월 원북원부산 개선 방안이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에게 전달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출범 17년째를 맞은 ‘원북원부산’이 올해 커다란 변화의 전기를 맞았다. 올해 원북 선정이 1권에서 일반, 청소년, 어린이 등 독서 대상별로 1권씩 총 3권을 뽑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매년 5000~6000권에 달했던 원북 릴레이 도서 숫자도 올해는 일반 4000권, 청소년 3000권, 어린이 3000권 등 총 1만 권으로 늘어난다. 올해 예산도 3억 4600여만 원으로 지난해 2억 3200여만 원 보다 1억 1400여만 원 가량 증가한다.

올해 원북 최종 후보도서들이 부문별로 압축됐다. 일반 부문 최종 후보도서는 〈나무의 시간〉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다. 청소년 부문 최종 후보도서는 〈급식시간〉 〈선량한 차별주의자〉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이다. 어린이 부문 최종 후보도서는 〈우리 동네에 혹등고래가 산다〉 〈슬픈 노벨상〉 〈할아버지의 감나무〉이다.

독서 대상별 원북 선정을 위해 오늘부터 오는 25일까지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투표가 진행된다. ‘원북원부산’의 변신이 기대되는 올해에는 어떤 책들이 독서 대상별로 원북 선정의 영광을 안을지 궁금하다. “2020년은 ‘원북원부산’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이라는 임석규 부산시민도서관장의 말처럼 올해 더 많은 시민이 책의 바다를 즐겁게 유영하기를 기대해본다.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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