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인 “좋은 아버지 역할로 상 받고 싶어”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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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99억의 여자’ 홍인표 역 정웅인

배우 정웅인이 최근 종영한 ‘99억의 여자’에서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악역으로 변신해 시청자를 찾았다. 큐로홀딩스·KBS 제공 배우 정웅인이 최근 종영한 ‘99억의 여자’에서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악역으로 변신해 시청자를 찾았다. 큐로홀딩스·KBS 제공

“드라마 이후로 주변 분들조차 저를 무서워해요.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겠죠?”

배우 정웅인(49)이 KBS2 드라마 ‘99억의 여자’ 이후 달라진 주위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최근 종영한 이 작품에서 99억을 가진 여자의 남편 홍인표를 연기했는데 그 모습이 꽤 흥미롭다. 그간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서늘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한층 더 악랄해진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서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웅인은 “이번 작품을 처음에 거절한 뒤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됐는데 시청자들이 잘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악역 전문 배우’의 더 악랄해진 모습

자극적 캐릭터라 가족은 못 보게 해

“데뷔 25년, 타성에 젖지 않게 노력,

악마·좀비 같은 더 센 역할에 도전”


■‘소시오패스’로 돌아온 정웅인

정웅인이 그린 인표는 섬뜩하다. 웃는 얼굴로 존댓말을 쓰면서 상대를 괴롭힌다. 소시오패스적인 인표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집착과 폭력을 일삼는 광기 어린 인물이다. 돈을 얻기 위해 온갖 장비를 동원해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른다. 정웅인은 “대본을 처음 읽고 출연을 고사했다. 너무 악역이라 아내도 많이 반대하더라”며 “드라마에 합류한 이후에도 캐릭터의 행동이 자극적이라 가족은 못 보게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변 분들도 무섭다고 하더라. 필라테스를 배우는데 학원 선생님에게 웃으며 인사를 해도 손사래를 쳤다”고 전했다. “요즘엔 시청자분들의 눈높이가 높아졌어요. 악역이라고 식당에서 밥 안 주고 쫓아내거나 등짝 때리진 않으시죠. 이미지 관리보다는 연기를 잘하는 게 중요해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완전한 악마나 좀비 같은 더 센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대로 한 연기로 다양한 별명

현실적인 연기 덕분에 갖가지 별명도 얻었다. 시청자들이 붙여준 정웅인과 윤봉길 열사를 합친 ‘웅봉길’을 비롯해 ‘좀비’ ‘맥가이버’ 등이 그렇다. 캐릭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폭탄을 만들거나 땅을 파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정웅인은 “포털 사이트나 SNS에서 반응을 살펴보다가 알게 됐다”며 “예전 제 유행어인 대사 ‘죽일 거다’처럼 이번에도 많이 다뤄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자는 이런 재미로 먹고사는 것 같다”며 “인표가 이해가 안 가는 행동도 많이 하지만, 기본적으로 폭탄을 만들 줄 아는 걸 보면 똑똑한 친구인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캐릭터가 벌이는 행동이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더하는데 일조한 것 같단다. 정웅인은 “어떤 반응이든 다 기분이 좋다”며 “홍인표 덕분에 무거운 전개 속에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데뷔 25년 차 배우, 앞으로 꿈

드라마 중심 소재는 99억 원. 거액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낱낱이 그린 점이 돋보인다. 극 중 상황과 같이 실제로 99억이 생긴다면 정웅인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는 “당장 9억이라도 있어야 돈 관리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면서도 “일단 아이 세 명에게 22억씩 나눠주고 싶다. 그러면 일을 안 해도 되고 편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머지는 공연이나 작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쓰고 싶다. 지금은 가정을 건사하느라 못하지만, 내 작은 꿈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1996년 SBS 드라마 ‘천일야화’로 데뷔한 정웅인은 올해 데뷔 25년을 맞았다. 정웅인은 “타성에 젖어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고민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난해 이 드라마로 지상파 연기대상에서 미니 시리즈 부문 조연상을 받은 그는 “40대 때 50대의 꿈이 미니시리즈 부문 조연상을 받는 거였는데 이뤘다”며 웃었다. 작은 소망도 곁들인다. “저를 통해 시청자들이 희로애락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50대에도 연기를 잘해서 60대 때는 좋은 아버지 역할로 상을 받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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