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루 지켜야죠” 이대호, ‘수비 요정’ 리바이벌?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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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 애들레이드(호주)=정대현 기자 jhyun@

남호주의 중심 도시 애들레이드시를 가로지르는 토렌스 강변에는 아침마다 거구의 남자가 걸어간다.

커다란 운동 가방을 메고 혼자 걷는 이 동양인 남자는 바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8)이다. 스프링 캠프에 참가 중인 이대호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일어나 도보로 30분 넘게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훈련장까지 간다.


체중 15kg 빼고 수비 훈련 집중

루틴조 이례적 참가 스윙 다듬어

내년 FA 앞두고 가치 증명 필요

훈련장 가는 버스 대신 도보 이동


외야수 전준우 1루수로 전업

김민수 가세에 한동희 겸업

한자리 놓고 피 터지는 경쟁


이대호(오른쪽)가 9일 롯데 자이언츠 전지훈련지인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 비치 파크에서 안치홍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애들레이드=정대현 기자 jhyun@ 이대호(오른쪽)가 9일 롯데 자이언츠 전지훈련지인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 비치 파크에서 안치홍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애들레이드=정대현 기자 jhyun@

그는 “혼자 걸으며 생각도 많이 하고, 올 시즌 정말 잘해야 한다는 각오도 다진다”고 말한다.

이대호에게 특별하지 않았던 시즌이 있겠냐마는, 올 시즌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은 적이 없다. 지난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한 데다 팀 성적도 바닥을 쳤다. 당연히 팬들의 비난이 최고 연봉 선수인 이대호에게 몰렸다.

이대호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올해는 무조건 잘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부진의 원인을 냉철하게 되짚었다. 반발력이 현격히 준 공인구에 적응하느라 스윙을 크게 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졌고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원인을 파악했으니 개선을 위한 노력도 부단하다. 30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루틴조’에서 스윙을 간결하게 다듬고 순간적인 폭발력을 만들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루틴조에 고참급 선수가 참가하는 일이 드문데도 이대호는 배팅케이지에서 연신 배트를 돌리고 있다.

그가 이렇게 절박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 잠시 부진한 사이 그의 수비 포지션인 1루를 둘러싸고 경쟁자들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4년 계약을 맺은 외야수 전준우가 1루수 전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김민수도 캠프 기간 1루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고, 3루수 자원인 한동희도 3루와 1루를 겸업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름값만으로 1루수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나 지명타자에 안주할 생각도 없다.

이대호는 “스프링 캠프 시작 전까지 어느 때보다 운동을 많이 했다”면서 “체중을 15kg이나 감량한 이유도 1루 수비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고 수성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그의 몸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1루에서 연신 펑고(연습용 배트)를 받아내는 그의 풋워크와 글러브 질이 부드럽고 군더더기가 없다. 흡사 ‘수비 요정’으로 불리던 예전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대호에게는 1루를 수성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대호는 4년 전 롯데와 맺은 FA 계약이 올 시즌에 종료된다. 내년 시즌 선수 생명을 이어가려면 타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선수로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타격만 뛰어난 지명 타자보다 수비까지 가능한 선수가 시장의 평가도 훨씬 높다.

타격과 수비 실력 말고도 팀이 이대호에게 거는 기대는 또 있다. 이대호는 최근 손승락의 은퇴 선언으로 팀 내 최고참이 됐다. 이에 허문회 감독을 비롯해 새로 구성된 코치진과 선수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훈련의 양보다는 질, 효율성과 소통을 강조하는 허 감독의 야구 철학에 공감하고 있다”는 이대호는 “감독님과 함께 선수단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서 팬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롯데의 팀 전력이 어느 때보다 알차게 보강됐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 동안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했고,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를 붙잡았다.

호주 애들레이드 캠프에서 이대호와 롯데 부활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애들레이드(호주)=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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