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7. 랜디 뉴먼 ‘결혼이야기(Marriag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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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으로 특히나 뜨거운 한 주였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했지요. 이 놀라운 소식에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는 이번 시상식을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축하 공연으로 랜디 뉴먼(Randy Newman)이 등장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했던 것입니다. 그는 올해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 두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주제가상 후보였던 ‘토이 스토리4’의 음악 ‘I Can’t Let You Throw Yourself Away’를 들려주었고 객석은 기립과 박수로 화답했지요. 그 화려한 화답은 단순히 공연의 흥겨움을 떠나 한 거장 음악가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아름다운 음악들에 대한 경이로움과 존경의 표시로 다가왔습니다.

랜디 뉴먼은 ‘토이 스토리’를 비롯해 ‘벅스 라이프’ 그리고 ‘몬스터 주식회사’ 등 많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의 음악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듯한 동심의 멜로디를 그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 왔지요. 우리 대부분이 기억하는 이 훌륭한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그의 음악이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랜디 뉴먼은 영화 음악 작곡가이지만 그 전에 이미 싱어송라이터로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그의 작곡과 가창은 미국 초기 남부 스타일의 음악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요. 다른 영화 음악가들과 차별화되는 그만의 독특한 선율은 이런 그의 음악적 태생과 활동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시상식에서 오케스트라 위주의 사운드트랙이 아닌 직접 노래를 들려준 이번 무대가 참 뜻깊었기도 한 것이고요. 특히 그의 최근작 ‘결혼 이야기’의 음악은 ‘이 거장의 음악은 계속 성숙하고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보여주는 (제가 꼽은) 대표작입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9년 작 영화 ‘결혼이야기(Marriage Story)’는 한 가정의 이혼과 그 가정 속 아이와 남편 그리고 아내의 삶이 다양한 시선으로 펼쳐지는 드라마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아내 ‘니콜’, 아담 드라이버가 남편 ‘찰리’로 분해 열연을 펼칩니다.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런던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하고, 국내에 많은 팬 층을 가진 최근 드라마 장르 중 가장 빼어난 영화임이 분명한데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여러 시선과 각기 다른 감정에서 바라봐, 관객을 사색하게 만들고 또한 미소짓게 합니다.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인물의 감정선을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는 영화 음악을 랜디 뉴먼이 아니었으면 누가 맡을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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