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꽃 한 송이 릴레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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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달리기, 소위 계주라고 하는 릴레이 경기는 종종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곳엔 늘 팀워크, 감동, 혼신이란 단어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과거 학교 운동회 때도 그랬다. 돌이켜보면, 가장 즐거웠던 운동회 경기 종목 중 하나가 릴레이였다. 보통 운동회가 끝날 무렵, 대미를 장식했던 릴레이는 단체 경기였기에 이긴 팀에 부여된 점수도 꽤 높았다. 어느 팀이 이기느냐에 따라 ‘막판 뒤집기’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렇다 보니 운동회에 참가한 많은 이들의 이목이 온통 이 릴레이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릴레이 하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전도 빼놓을 수 없다. 주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유빈 선수가 레이스 초반 넘어져 최하위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고도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놀라운 ‘집중력’과 ‘팀워크’를 발휘,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대역전 드라마를 써낸다.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도 이 경기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여전히 인기다.

최근에는 또 하나 색다른 릴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부산시교육청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개하고 있는 ‘꽃 한 송이 릴레이’이다. 시교육청은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에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릴레이 주자로 지명된 사람은 꽃을 든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남기고 다음 주자 3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여기에 동참,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나둘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혹자는 “꽃 한 송이 릴레이가 화훼농가에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릴레이 참가자들은 이게 비록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불과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작은 움직임이 화훼농가에 희망이 될 거라 굳게 믿는다. 그래서 이 릴레이에 오롯이 간절함을 담는다.

‘간절하면 가 닿으리/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서 있으니/열렬한 것들은/다 꽃이 되리/이 세상을 다 삼키고/이 세상 끝에/새로 핀/꽃 한 송이.’ 시인 김용택의 ‘꽃 한 송이’란 시다. 정말 간절하면 가 닿으리라.

더하여 이 릴레이의 취지는 또 있다. 평소 말하지 못한 이나, 감사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그 대상이 삶에 지치고 부대껴 잊고 지낸 스승이면 더 좋겠다.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 그 계절이 바로 봄인가 보다.

정달식 라이프부장 dosol@busan.com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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