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그 머시기 당’으로 불리는 사연은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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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부산일보DB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부산일보DB

“그 머시기 당이라 했노?”

부산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A 예비후보는 최근 선거운동을 하다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수 통합으로 새롭게 미래통합당 당명으로 유권자를 만나고 난 뒤부터다.


유권자들 “그런 당도 있느냐”

신설 진보 정당으로 착각도

후보들 바뀐 새 당명에 곤혹

낯설고 당 정체성 못 담은 탓


거리에서 만나는 유권자마다 “그 머시기 당이라 했느냐” “이번에 새로 생겼다던데 이름이 뭐라고 했나”고 되묻고 있다는 게 A 예비후보의 설명이다. A 예비후보는 “자유한국당이 이번에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고 설명은 하지만 시민들은 “왜 그런 이상한 이름으로 바꿔서 헷갈리게 하느냐”는 핀잔으로 응수한다고 한다.

또 다른 지역에 출마한 B 예비후보도 난처한 일을 자주 겪는다고 했다. 한번은 “미래통합당 ○○○”이라고 소개했는데 유권자가 “그런 당도 있느냐”며 외면했다. 또 한번은 유권자가 생소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번에 합친 그 당을 말하느냐”고 답했다. 유권자들이 아직 미래통합당을 보수통합으로 탄생한 정당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타 신설 정당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들조차도 바뀐 당명이 익숙치 않아 “자유한국당 △△△입니다”라고 말했다가 번복하는 일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후보들은 새 당명을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명하기보다는 유권자들에게 새 당명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거나 새 당명보다 ‘기호 2번’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거운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

D 예비후보는 “바뀐 당명을 알려 주면 잘 모르는 유권자가 많아 ‘이번에 분홍색으로 색깔을 바꿨다’고 먼저 말을 건네면 유권자가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면 ‘자유한국당 빨간색이 미래통합당 핑크색으로 바뀌었다’고 설명을 해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상징색이 바뀐 걸 일일이 설명해 드리기 힘들 때는 당명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기호 2번’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 보수야권은 통합과 함께 지난 13일 통합신당의 당명을 ‘미래통합당’으로 결정했다. 진보정당이 아닌 보수정당에서 ‘통합’을 당명에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기 전까지 사실상 ‘분당’과 ‘합당’을 많이 경험하지 않았다. 보수정당의 후보나 보수정당 지지 유권자들 모두 당명에 ‘통합’이 들어간 것이 어색한 형국이다.

보수 지지층에서는 ‘미래’와 ‘통합’이라는 관념적이고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단어로 만든 새 당명이 당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새 당명을 정할 때 당내 일부가 제기한 문제가 실제 선거운동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B 예비후보는 “‘자유’나 ‘한국’ 같은 단어와 달리 보수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유권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 이름과 혼동하기 쉬운 당명이라는 점도 예비후보들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정당 39개 가운데, ‘미래’나 ‘통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정당은 △바른미래당 △미래한국당 △미래당 △한반도미래연합 △통합민주당 등이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도 아직 남아 있다.

채영희 부경대 국문과 교수는 “‘통합당’의 발음에서 ‘ㅌ’과 ‘ㅎ’은 발음하기가 어려운 자음”이라며 “‘발음하기 좋은 ‘미래당’으로 약칭하는 게 좋았을 텐데 기존 정당과 혼동 등을 이유로 약칭이 ‘통합당’으로 정해진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당 상징색이 ‘해피 핑크’로 바뀌면서 예비후보들은 핑크색 옷이나 소품을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성 후보의 경우 기성복 중에 핑크색 옷을 구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후보들은 핑크색 선거운동복을 주문했지만,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다. E 예비후보는 “당에서 독려하고 있는 ‘해피 핑크’ 색상이 일반적인 핑크색과 달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여러 후보들은 일단 평상복이나 흰색 옷을 입고 임시방편으로 구하기 쉬운 핑크색 넥타이, 머플러, 어깨띠를 착용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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