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부산 미술 ‘정체성’ 돌아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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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미술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국미술과 부산미술의 근원을 돌아보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오래된 질문’도 지역 근·현대미술 형성과 발전을 함께 한 작가들 작품을 통해 ‘부산미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전시였다. 부산 화랑 두 곳에서 마련한 미술계 대선배들의 여정을 보여주는 전시를 소개한다.


‘한국 현대미술…조망전’

백영수·이제창·황술조 등

현대미술 1세대 작가 12명

서구 선례에 한국 정서 접목


‘2020 꽃피는 부산항 Ⅶ’

김원명·우신출·전혁림 등

부산 근대작가 27인 작품

부산 반세기 발자취 담아


‘한국 현대미술초기사반세기 조망전’에 전시되는 백영수의 ‘동심’. 피카소화랑 제공 ‘한국 현대미술초기사반세기 조망전’에 전시되는 백영수의 ‘동심’. 피카소화랑 제공

■어려운 역사 속에 피어난 꽃

권옥연, 김경, 김용조, 박상옥, 박영선, 백영수, 서진달, 이제창, 임직순, 전혁림, 정건모, 황술조.

‘한국 현대미술초기사반세기 조망전’에서 소개하는 작가 12명이다. 한국 1세대 작가인 이들의 작품 경향에 대해 김복영 미술평론가는 “초기 사반세기 작가들은 같은 시기 서구의 선례를 그들의 가슴으로 새김하고, 우리의 정서와 교감 시켜 전통을 덧붙이는 방식을 통해 우리 미술을 실험하는 마음으로 사물을 그렸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도 전통사회의 정서와 자연에 대한 향수가 물씬 풍긴다. 백영수의 ‘동심’은 고향 마을에서 만날 것 같은 꼬마 8명을 그려낸 작품이다. 함축적 선으로 조형성이 높은 인물도상을 완성하기 한참 전인 1958년에 그린 그림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황토색의 소박한 색조가 주를 이루는데, 부끄럽고 어색한 듯 줄지어 선 아이들의 모습이 어디서 본 듯 정감이 간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작가 그림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똑같이 1938년에 그려진 황술조의 정물에는 전통적인 안정감이 있고 서진달의 정물화는 현대적인 세련미를 풍긴다. 이제창과 임직순의 풍경화는 ‘대상을 단순화시킨 붓놀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 전체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성 화가의 모습을 담은 박영선의 그림, 김경의 목판화, 전혁림의 풍경화 등 오늘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온 미술계 선배들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 볼만하다. ▶‘한국 현대미술초기사반세기 조망전’=3월 31일까지 피카소화랑(부산 해운대구 중동). 051-747-0357.


‘2020 꽃피는 부산항 Ⅶ’ 전시에서 소개되는 전혁림의 ‘부산항’. 미광화랑 제공 ‘2020 꽃피는 부산항 Ⅶ’ 전시에서 소개되는 전혁림의 ‘부산항’. 미광화랑 제공

■항구도시 부산 예술 발자취

강신석, 김남배, 김원명, 김종식, 성백주, 송혜수, 양달석, 오영재, 우신출, 이용길, 임호, 추연근….

‘2020 꽃피는 부산항 Ⅶ’ 전시장에서는 부산 근대작가 27인을 만날 수 있다. ‘꽃피는 부산항’은 미광화랑이 10여 년간 시리즈로 열고 있는 전시로 이번이 일곱 번째 전시다. 부산미술 1·2세대 작가 작품 30여 점에는 1950년대부터 1998년까지 반세기 동안의 흔적이 담겼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이석우의 ‘농악’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낸 작품이다. 그림 속에서 흥겨움이 물씬 묻어난다. 김원갑의 ‘부산항 밤바다’, 안세홍의 ‘양산-명곡마을’, 우신출의 ‘낙동강’ 등 화폭에 옮겨진 지역 풍경에는 눈길이 한 번 더 머문다.

특히 1950년대에 그려진 전혁림의 ‘부산항’은 수복한 그림이다.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는 “영도다리를 도개하던 시절 풍경이 담긴 작품으로 일부 파손된 부분이 있어 회화 보존 수복 연구가 강정식 선생이 직접 손을 봤다”고 밝혔다.

김원의 ‘향리’는 1976년 6월 부산미국문화센터 화랑에서 열린 제10회 후기회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김 대표는 “경매에서 그림을 구매했는데 액자 뒤쪽에 붙어있던 당시 전시 팸플렛과 작가 명함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록 색감이 매력적인 김윤민의 ‘남해 풍경’, 독특한 붓 터치로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한상돈의 ‘김해 왕릉’, 어린아이같이 맑은 시심을 그려낸 채정권의 작품 등도 매우 인상적이다. ▶‘2020 꽃피는 부산항 Ⅶ’=3월 31일까지 미광화랑(부산 수영구 민락동). 051-758-2247.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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