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뷰] 진정한 해사클러스트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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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최근 필자는 일본에서 6개월간의 연구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일본에서 인상 깊었던 시코쿠현 이마바리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마바리는 세계 최고의 해사클러스트를 자랑한다. 인구 10만 명 정도의 이마바리시에는 100여 명의 외항상선 선주사들이 500여 척의 선박을 소유하고 있다. 운항사가 이마바리의 선주사에게 선박을 주문하면 선주는 이웃한 이요은행에 가서 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이마바리 조선소가 선박을 건조한다. 선박등록처, 선급협회, 보험회사 및 변호사 사무실이 모두 이마바리에 존재한다. 이마바리 시내에서 선박에 관한 모든 일이 원스톱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세계 최고 이마바리와 우리 상황 비교

대출이자율 불리 日과 경쟁 힘들어

조선소, 금융사, 화주가 선주 참여

선박공유제도 활용 상생의 길로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해 보았다. 운항사들이 일본은 도쿄, 우리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양국이 동일하다. 일본처럼 별도의 선주사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고, 운항사가 선주사를 겸한다는 차이가 있다. 조선소가 울산과 부산 그리고 통영에 있는 부분도 유사하다. 해양진흥공사 등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관련 기관이 부산에 있는 점도 같다. 선급협회, 보험사의 지사가 부산에 있으니 이것도 동일하다. 하지만 우리 해사클러스트는 일본만큼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뭘까. 외형적으로 유사하지만 아직 우리는 경쟁력을 갖출 단계에까지 올라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선주사는 선박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일만하고 운항은 하지 않는다. 선주사는 운항사에 선박을 10~20년 장기로 빌려준다. 선주사는 이들 운항사가 지급하는 용선료로 은행의 대출금을 갚는다. 운항사는 워낙 튼튼하기 때문에 신용이 아주 높다. 그래서 은행으로부터 대출 이자도 낮출 수 있다. 선주사 자체도 튼튼해 선박 건조 시 혹은 중고선 도입 시 자기자본을 20%에서 30% 넣는다. 우리는 열악한 재무 상태 때문에 자기자본을 10%만 넣을 수 있다. 은행으로부터 90%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선박 자체로는 담보가 부족해 대출이자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선박 건조 대출이자율은 6% 정도인데, 일본은 1~2%다. 이미 4%의 대출이자율 차이의 불리함을 안고 있는 우리 운항사들은 일본과 경쟁하기가 힘이 든다. 우리 선사는 대출금 상환의 압박이 더 높고, 불경기가 오면 그 대출금을 갚지 못해 도산에 이르고 만다. 이런 경향이 해방 후 우리 해운을 지금까지 옥죄고 있다. 외부로부터 해운회사에 대한 투자도 난망하다. 우리나라 해사클러스트도 선주들에게 낮은 이자율의 선박금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독립된 선주사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도 선주사는 선박 건조 시 30% 자기자본으로 하고 선가의 70%만 대출을 하도록 하여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용선자에 낮은 용선료로 선박을 빌려줄 수 있다. 운항사인 용선자도 금융비용이 낮아지므로 화주에게 낮은 운임으로 제공이 가능하다.

한 척의 선박은 한 회사만 100% 소유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선박공유제도를 활용해보자. 선주사는 자기자본을 10%만 투자하고, 해사클러스트를 형성하는 항만공사, 조선소, 해상보험회사, 화주, 물류 기업 등이 각각 일정한 몫을 선박에 투자하도록 하다. 이렇게 한 척에 30%의 자기자본을 마련한다. 이들 참여자도 선박에 지분을 가지는 것이다. 선주사의 주식이 아니라 선박에 대한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용선자로부터 획득하는 용선료에서 선가의 70%인 대출금을 상환하고 나면, 이들은 자신의 소유 지분만큼 이익금을 배당받게 된다.

해운 불황기에 선뜻 투자를 할 사람은 없으니 세제상의 혜택을 주도록 하자. 선박은 지분을 갖는 조선소가 건조를 하고, 공동소유자인 해상보험회사에 가입하고, 지분을 가진 화주의 화물을 장기운송하게 된다.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 필자의 제언이다. 부산 소재의 선주사가 이런 형태의 선박 120여 척을 가진다면, 우리 선사들이 운항하는 선박의 10%를 점유하게 된다. 선주사, 선박 금융사, 선박 관리사들이 주축이 된 부산 해사클러스트는 명실상부한 동아시아 해운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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