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촉발한 또 다른 '세계화', 대처 방법은 각양각색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한 슈퍼마켓 카트에 비치된 코로나19 감염 방지 장갑. 현지 교민 제공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한 슈퍼마켓 카트에 비치된 코로나19 감염 방지 장갑. 현지 교민 제공

25일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40만 3806명, 사망자는 1만 8230명에 이른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등 모든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화'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점이 발견된다. 북유럽과 미국, 인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 발코니 대화, 무비 나이트…

노르웨이 트롬쇠의 한 대학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멜리사 고틀리브슨 씨는 지난 12일부터 자택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날부터 정부의 코로나19 방침에 따라 노르웨이의 모든 대학과 학교, 유치원은 물론, 수영장과 미용실, 술집, 식당 등도 문을 닫은 상태다.

고틀리브슨 씨의 삶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웃과의 소통 방법은 '발코니 대화'로 바뀌었다. 친구들이 눈 뭉치를 고틀리브슨 씨 집 창문으로 던지면 발코니로 나와 대화를 시작한다.

친한 친구들끼리 각자의 집에서 같은 영화를 보고 영화 관련 대화를 나누는 '무비 나이트' 역시 고틀리브슨 씨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 이 밖에도 많은 노르웨이 사람들이 책과 퍼즐을 구매해 가정에서 코로나19로 격리된 외로운 삶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고틀리브슨 씨는 "이번 코로나19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르웨이인들이 처음으로 겪어보는 국가적 위기"라면 "당분간 '격리 사회'가 지속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난 20일 노르웨이 오슬로 니달렌의 한 영화상영관. 평소라면 행인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지 유학생 제공 지난 20일 노르웨이 오슬로 니달렌의 한 영화상영관. 평소라면 행인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지 유학생 제공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유학 중인 한국인 A 씨는 "노르웨이의 모든 일상이 멈췄다"고 표현했다. 학생들은 모두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고, 캠퍼스 출입은 아예 금지됐다.

북유럽은 봄이 시작되는 이 시기부터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오지만, 거리는 텅 비었다고 한다. 다만 집 앞 공원이나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고.

A 씨는 "노르웨이가 원래 가족 중심의 사회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더 가족 중심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한 거리 모습.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지 교민 제공 23일 오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한 거리 모습.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지 교민 제공

■ 마스크보다 장갑? 일부 사재기도

북유럽 국가들도 서구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드물다. 다만 철저하게 2m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는 마스크보다는 장갑을 착용한 사람들의 모습이 더 많이 목격된다. 특히 수도 레이캬비크의 슈퍼마켓 등에서는 고객을 위한 장갑까지 비치해뒀다. 레이캬비크에 거주하는 교민 B 씨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마스크보다 손에 엄청 신경을 쓴다. 손을 자주 씻거나 장갑을 착용한다"고 말했다.



인적이 드문 스웨덴 헬싱보리의 한 지하철역. 현지 유학생 제공 인적이 드문 스웨덴 헬싱보리의 한 지하철역. 현지 유학생 제공

스웨덴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웨덴 헬싱보리의 한국인 유학생 C 씨는 "마스크를 쓰기는커녕 코로나19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며 "동양과는 다른 문화적인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핀란드 헬싱키에 거주하는 리스토 살로넨 씨는 "북유럽은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 마스크보다는 거리를 두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면서 "몸에 이상이 있으면 아예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게 정부 방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북유럽에서도 한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재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살로넨 씨는 "사람들이 한때 휴지와 손 세정제를 사재기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다"면서 "현재 의료장비가 부족해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일부 시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미국은 각자도생?

북유럽 거주 교민들과 유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동양인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반면 과거 인종차별로 인한 폭동 등과 같은 사회 불안을 여러 차례 경험했던 미국인들은 무엇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을 그린 영화 '컨테이젼'처럼, 사회 시스템이 붕괴할 경우 격리 생활을 하면서 '생존'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가치라 미국인들은 여긴다.

한 유튜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인들의 삶을 전하면서 "베트남계 미국인인 친구는 배달 음식을 받기 위해 권총을 숨기고 문을 연다고 한다"며 "혹시나 아시아계에 대한 폭행이나 강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범죄가 발생하자 일부 커뮤니티에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자경단'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인들은 근거 없는 아시아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홍콩, 한국 등 아시아계 식료품 마켓을 기피하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 영국 등지의 현지 언론과 SNS에는 식품 사재기가 이어지는데도 아시아 마켓에는 상대적으로 상품이 남아 있는 현장이 전해지고 있다.


■ 집 밖에 나오면 엉덩이 맴매?


인도 뭄바이 주민들이 22일 자택 발코니에서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격려의 의미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뭄바이 주민들이 22일 자택 발코니에서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격려의 의미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2일 13억 명에 달하는 국민에게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인도에선 독특한 풍경이 연출됐다.

일요일인 22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집에만 머물되 오후 5시에 모든 국민이 발코니 등에 나와서 손뼉을 치라는 지침이 포함됐다. 실제 인도 국민들이 이날 오후 5시에 일제히 나와 손뼉을 치거나 노래하는 모습이 언론과 SNS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인도 경찰이 이동제한령을 어긴 국민들에게 꽃을 나눠주며 귀가를 촉구하는 모습이 정부와 현지 언론에 의해 노출됐지만, 실제론 거리의 행인들에게 경찰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영상과 사진 등이 퍼지기도 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인도에선 25일 현재 56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박세익·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