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재난지원금 ‘할당’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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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청사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청사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20%를 각 광역지자체에 부담하게 함으로써 부산시가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시는 부담금 마련을 위해 각종 행사와 축제에 대한 시비 예산지원 삭감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지역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지역 대표 산업인 관광·마이스업계는 행사 축소나 취소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여 정부의 ‘예산 폭탄 돌리기’와 시의 ‘근시안적 행정’에 대해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지자체 20% 부담 요구

부산시 부담금 마련 ‘골머리’

관광·마이스 행사 줄이기로

업계 “수개월 준비했는데 황당”

근시안적 市행정에 반발 커


2일 부산시와 지역 마이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발표 이후 시는 부담금 확보를 위해 연일 회의를 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450억 원 정도다. 시는 현재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 예비비 등으로 915억 원 정도만 여유 자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예산이다. 일부 사용한다 할지라도 시의 분담금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시는 시비가 지원되는 심포지엄, 컨벤션 등 올해 각종 행사와 축제를 축소 또는 취소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현재 각 국·실별로 연관된 행사의 개최 여부, 예산 삭감 수준 등을 조율하고 있다. 또 우선순위에서 밀린 사업, 연기되거나 진척이 부진한 사업 등 각종 투자사업에 대해서도 ‘재구조화 작업’에 들어갔다. 시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삭감 예산 사업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부산국제모터쇼, 부산국제보트쇼, 부산콘텐츠마켓, 부산국제물포럼, 부산항축제 등 대형 행사들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아예 행사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다수의 업체가 시로부터 예산이 깎이거나 유보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시에서 지난 1일 현재 준비 중인 행사에 대해 시비 예산을 지원하기 힘들 것이라는 연락이 왔다. 수 개월에 걸쳐 행사 준비를 해 왔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들으니 황당했다”면서 “코로나19로 마이스업계 등 부산 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는데, 재난지원금 예산 마련을 위해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의 이 같은 부담금 마련 방안은 시가 지난달 24일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자 100만 원 지급’ 민생지원책과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확보도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 채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등 졸속 추진하고 있고, 시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간과한 채 근시안적으로 행사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역설적이게도 재난지원금이 오히려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를 더욱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강해상 동서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마이스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요식업, 숙박업, 운송업 등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당장의 재원 마련을 위해 앞으로 예정된 축제와 행사를 취소시켜 버린다면 코로나19가 물러나고 난 뒤 지역 업계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황무지로 변해 버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헌·안준영 기자 cornie@busan.com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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