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돕는게 종교의 역할"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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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사상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연기…국난극복에 앞장
코로나 의료진·소방공무원 치유 돕기 위해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지난 22일 서울 조계사에서 한신협 회원사들과의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한신협 공동취재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지난 22일 서울 조계사에서 한신협 회원사들과의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한신협 공동취재단

코로나19 사태로 4월 30일 열릴 예정이던 부처님오신날 공식 봉축법회가 5월 30일로 연기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를 미룬 것은 사상 최초이며, 이는 불교계가 국난 극복에 앞장선다는 의미가 크다. 부산일보를 비롯한 대표 지역신문사 모임인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지난 22일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대담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글로벌 위기에서 종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함으로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 불안함, 피로감과 상실감, 외로움 등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종교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함과 외로움 등을 해소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보듬어 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부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물망과도 같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 지구촌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직 인간만의 이익을 위하여 뭇 생명들을 위협하고,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이웃을 멀리하고 공동체를 훼손해 왔던 우리 모두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역할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각 종단과 불자, 스님 및 사찰 직원들의 절대적 협조가 도움이 컸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누구보다 열심히 맞섰고, 그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입은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헌신적 희생을 해 주신 의료진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그 분들에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드리고자 합니다. 의료진 뿐 아니라 소방공무원 등 이번 국난 극복에 앞장서 주신 분들이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토닥 토닥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신청자들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잇도록 최대한 노력 하겠습니다. 수요가 더 늘어난다면 토닥 토닥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또 부처님오신날인 4월 30일 부터 한달간, 1만 3000여 사찰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를 진행할 것입니다. 4월 30일 저녁 7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점등식이 진행됩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황룡사 9층탑을 등으로 제작하여 1달 동안 전시합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는 5월 23일~24일 종로, 우정국로 일대에서 진행하며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행사를 탄력적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국난 극복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기원 행사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5월 30일은 조계사 대웅전 및 전국사찰에서 봉축 법요식 및 국민의 안전과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회향 법회로 진행하며, 총무원장 스님의 대국민 메시지 및 희생자 애도, 환자를 위한 기도, 불자들의 서원을 담은 발원문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한국 불교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원칙을 잘 지켜 감염병 확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조계종의 코로나 사태 초기대응과 법회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까지 힘든 점은 없었는지요?

“조계종은 다른 종교단체 보다도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법회와 기도를 중단하고 각 사찰의 불교대학 교육 등을 연기했습니다. 또한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연기라는 힘든 결정도 했습니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또 이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께서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법회 중단이나 봉축법회 연기로 많은 사찰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법회를 중단하면서 대부분이 사찰들이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찰 또한 신도님들의 기도와 보시 등이 사찰경제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아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 또한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수입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매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습니다. 사찰의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회를 중단한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스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주셨습니다. 조계종 뿐아니라 불교계 30개 종단에서도 너무나 크게 도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종교집회 중단으로 신도들과의 소통이 줄어들고 여러 방면의 종교활동에도 제한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 역시 ‘비대면’ 종교집회 등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을 개척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토론을 비롯해 우리 종단 내부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의 개척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국난이 있을 때면 크고 작은 사찰에서는 식량 등을 나눠주며 백성들을 구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큰 사찰 인근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오래된 말도 있습니다. 조계종도 이번 사태로 많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불자를 비롯한 국민들을 위해 구상 중인 것이 있다면요?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스님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났기에 한국불교를 호국불교라 칭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대한불교조계종은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해 각 지역 및 기관에 지원물품과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동화사 등에서는 사찰음식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사찰에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와 지원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사찰을 방문하시는 국민들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종식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코로나19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한 기도정진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불교 지도자의 역할과 지향해야할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했습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말로는 자리이타 성불제중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즉, 중생과 함께 한다는 말로 이는 불교지도자들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화합의 리더십입니다. 요즘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도리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2018년 국내 전통사찰 7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그 이후 변화된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또 올해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지난 2018년 전통사찰 7곳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우리의 전통사찰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은 종합적인 산사로서의 특징을 오랜 세월 동안 잘 보존하고 있으며, 승가공동체의 신앙과 수행, 그리고 생활의 중심지이자 승원으로서 기능을 잘 보존, 유지해왔음을 세계가 평가해준 결과입니다. 유네스코로 등재됨으로써 사찰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종단과 중앙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각종 제도 및 사업들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는 전통 보존과 발전, 연등 모양과 범위 확장, 공동체 의미 기여 등으로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축제로 자리 잡으며 인류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올해(2020년) 등재 종목으로 선정되어,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12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개최되는 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간회의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오랜 세월 전승되고 있다는 점, 역사와 환경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재창조됐다는 점, 공동체의 정체성과 연속성을 구현한다는 점 등이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의 정신에 일치하고 있어 등재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기념일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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