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항만 근로자 안전 관리지침’ 추진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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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해수청, ‘지침’ 연구용역 완료 보고
오는 6월 안전관리 주체 지정 등 발표

부산항에서 2년간 8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최초로 항만 근로자의 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산해수청은 지난 14일 ‘부산항 근로자 안전관리지침’ 제정 관련 연구용역 완료보고회를 열었다. 해수청은 이 자리에서 나온 부산항만공사(BPA)와 항만운송사업자, 항운노조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다음 달 중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는 항만 근로자에 대한 안전 관리지침이 전무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전 직종에 대한 기준이다보니, 항만하역 작업에 특화된 구체성과 전문성이 부족했다. 또 부산항만공사에서 만든 ‘항만 안전매뉴얼’이 있으나, 2013년 제정된 데다 작업별 근로자에 대한 상세한 지침까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지침 제정 용역을 수행한 한국항만연수원 부산연수원은 일본 등 국외의 항만근로자 안전관리 지침과 국내의 항만 안전관련법 등을 참고해 지침의 초안을 만들었다. 그동안 복잡한 계약들로 얽혀 명확하지 않았던 안전 관리 주체를 지정하고, 작업별로 세부 지침을 규정했다. 지침에는 하역작업 공통 안전수칙부터 컨테이너화물 하역, 일반화물 하역 시 사고 예방을 위한 수칙까지 담겼다.

하지만, 지침을 제정하더라도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면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항운노조는 사업주가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노동자들이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조치 등이 따라야 지침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사망 사고의 경우도 조명 밝기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인 75럭스(lux)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기준만 만들 것이 아니라, 기준을 지키지 않을 때 따르는 제재 조치도 뒤따라야 지침이 실효성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항만 내 안전 사고 뿐 아니라 항만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해양수산부가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항만 김용균법(항만운송사업법 개정 법률안)’도 하루 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조항과 같은 강제 조항은 이미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 돼 있어 ‘이중 처벌’이 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향후 이 지침을 법제화 하기 전 정부 부처간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항만연수원 부산연수원 오현수 교수는 “부산항 근로자 안전관리 지침을 전국 항만에 적용하기위해 이를 해수부 관할의 ‘항만운송사업법’의 하위법으로 법제화 한다면,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 간 협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유리 기자


※이 기획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부산일보가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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