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자회사, 해운·물류생태계 파괴할 것”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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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합동 기자회견. 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합동 기자회견. 연합뉴스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은 슈퍼갑의 일방적 소통이다. 포스코는 수 십년간 상생해온 해운업계와 협의 한번 안 했다.”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항만물류협회, 한국해운조합, 한국해운중개업협회, 한국선주협회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1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합동기자회견에서다.


한해총 회견서 설립 강력 비판

기관·단체, 포스코에 선전포고

대기업 중심 컨 시장 지배 우려

“철회 않을 땐 노동단체와 연대”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은 2008년 11월 한국선주협회, 한국항만물류협회, 한국해운조합 등 55개 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기구다. 소속 단체의 인원은 총 50만 명에 달한다. 강무현 한해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포스코의 행보는 상생 차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시장에 진입할 경우 해운과 물류 생태계가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 단체들은 이날 포스코 물류자회사에 반대한다는 선언을 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업체·단체별로 연대해 반대운동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양기관과 단체들이 전부 모여서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가 상생으로 포장하지만 결국은 근로자들의 고혈을 짜겠다는 것”이라며 “자회사 설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에 공식 의제로 상정해 노동단체와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해운물류업계가 전한 현장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김영무 한해총 사무총장은 “포스코에 이어 향후 다른 기업들의 해운업계 진출이 이어질 경우 7~8개 대기업이 컨테이너 시장을 지배하고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등은 벌크선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기준, 이미 국내 8대 기업 물류자회사의 매출액은 36조 3000억 원으로 157개 해운사의 매출액(29조 5000억 원)보다 높다. 포스코는 그룹 내 물류 업무를 통합한 법인 ‘포스코 GSP(Global Smart Platform)(가칭)’를 연내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포스코는 “해운업은 물론 운송업에도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으나 이날 행사에서는 “포스코 GSP 설립만으로도 사실상 해운업에 진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해총의 자문을 맡은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을 않겠다고 하는데, 상법에 따르면 선박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화주와 운송 계약을 한 것만으로 이미 해운업에 진출한 것”며 포스코 GSP 설립과 동시에 해운업에 진출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강무현 회장도 “그룹 내부에 분산된 물류 효율화를 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는 내부에 물류 담당 조직을 만들면 되는 일”이라고 지적한 뒤 “포스코 관계자가 철강제품을 미주로 수송했다가 빈 배보다는 곡물을 싣고 들어오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상 해운회사를 만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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